'태호엄마' 이소현 "평범함으로 '엘리트 국회' 바꾸겠다"

[the300][2020스카우팅리포트]

이지윤 기자, 이세윤 인턴기자 l 2020.02.27 08:14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태호엄마' 이소현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23/사진=뉴스1


평범함 속 비범함이 묻어난다. 지난해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아들 김태호군을 잃은 뒤 '태호·유찬이법' 발의를 주도하며 몸소 정치판에 뛰어든 '태호엄마' 이소현씨. 그가 이젠 만삭의 몸을 이끌고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경선에 도전한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이씨는 군더더기 없는 '엄마'란 한 단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스스로 "유능해서 온 게 아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정말로 국회를, 정치를 바꿔보고자 온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선 정치 신인에게 찾아보기 힘든 단단함도 느껴졌다.

이씨는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을 하며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위해 매일같이 수많은 투쟁을 벌였다. 국회의원 300명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뛰어다니다 국회에서 하혈을 하기도 했다. '보따리장수' 취급을 받으면서 늘 피켓시위에 앞장섰다. 일하지 않는 국회를 움직이기 위해 직접 물밑에서 법안 심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공감 없는 국회로 인해 상처받은 '당사자'이지만 그는 정치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씨는 "태호를 잃기 전엔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이어 "그래서 뼈저리게 후회한다"며 "축구클럽의 문제를 미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자책감…, 이젠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굳게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태호엄마' 이소현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23/사진=뉴스1


다음은 민주당 영입인재 이소현씨와의 일문일답.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으로 국회서 자주 봤지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민주당에서 영입제안을 받았을 때 저도 깜짝 놀랐다. 지난해 12월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위해 매일같이 국회에 갔는데, 정기국회가 끝나고 민주당에서 영입제안이 왔다. 정기국회 내내 지켜봤다고 하더라. 

당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왜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처음엔 "태호네가 이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길래 당연히 태호아빠를 말하는 줄 알았다. 더욱이 저는 임신 중이었기에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를 말하는 거더라. 당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당황스러운 영입제안에도 결국 정치에 뛰어들고자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여러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결국 통과되지 못했을 때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가려고 생각은 했다. 

특히 그렇게 울고 불고 매달려 만든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자리에서 '태호·유찬이법'은 안 된다고 말하던 이들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든 목소리를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민주당 영입인재로 몸담게 될 줄은 그땐 몰랐지만 말이다. 

-민주당에 영입됐을 때 '결국 정치하냐'는 비판도 있었다고 들었다. 

▶저를 응원해주던 분들 중에 일부는 영입인재 발표 뒤에 '실망했다', '탈당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왜 정치를 한다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 반응만을 보이는지 이해가 잘 안 됐다. 

태호를 잃고 생각해보니 일상의 모든 게 정치였다. 생활 속에서 발견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정치의 시작이었다. 

당시 저는 태호가 다니던 축구클럽의 관리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지만 '더 좋은 데 찾으면 옮겨야지'라고 생각했을 뿐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말이 거창하지 그런 부분에서부터 정치가 제 인생에 필요했던 것 같다.

-국회의원이 되면 특별히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나.

▶엄마 아빠를 위한 보육정책은 많이 나오는데 정작 국회에 어린이를 위한 목소리가 없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순수한 아이들 목소리를 직접 찾아가 듣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고쳐주고 싶다. 어른들의 시각만으론 놓치는 부분이 많다. 

예컨대 자동차 사고가 나면 어린이한테 뛰어다니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아이들 특성이지 않냐. 운이 나빠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라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어린이를 위해 주로 활동하고 싶고 이외엔 보육이나 여성쪽으로 제가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민주당 영입인재로서 다른 정치인에 비해 뛰어난 강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

▶엄마라는 점이다. 저는 아이를 잃었지만 육아를 했던 사람이고, 지금은 임신 중이기에 출산하면 또 육아를 해나가야 하는 엄마다. 그렇기에 지금 국민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또 아이를 떠나보낸 당사자라는 점도 차별점이다. 탁상공론으로 되는 법안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당사자로서 진지한 마음으로 참여해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고 싶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 당정협의에 고 태호군 어머니 이소현씨와 고 해인양 어머니 고은미씨가 고인의 영정을 든 채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2019.11.26/사진=뉴스1


-실제로 그동안 국회엔 엄마로서 정체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몇 명 없었다. 

▶그렇다. '워킹맘'이란 단어조차 그동안 국회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이번 영입인재를 보면 엄마인 분들이 많아 반갑다. 영입인재의 한 명으로서 민주당이 확실한 변화를 주려 한다는 게 느껴져 감동 받았다.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하며 국회에서 상처받은 부분도 있었던 걸로 안다.  

▶활동 초반에 국회에서 동의서를 돌리다가 하혈을 한 적이 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힘을 내왔는데 갑자기 하혈까지 하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아이는 괜찮았지만 몸이 갑자기 말을 안 들어 고생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제 발로 국회를 찾아 뛰어다니면서 이보다 더 힘들었던 건 국회의원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고로 아이가 죽어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법안 통과가 절실한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듯 했다. 모 의원은 제 앞에서 "이런 법안이 있다고 사고가 안 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공감 없는 정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20대 국회를 살펴보면 다들 학벌이나 경력에서 하나같이 빠질 게 없는 분들이다. 그런데 이런 '엘리트 정치'로 결국 뭐가 달라졌는지 묻고 싶다. 전 국민들과 똑같이 사는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되고 싶다. 

사소하게 국회 문턱부터 낮출 것이다. 보안요원에게 보따리상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국회는 그런 곳이 돼선 안 된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국민들이 와서 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태호엄마'란 이름으로 대중에 익숙한데 혹시 다른 별명이나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파도파도 끊임없이 나오는 보물단지란 의미에서 '화수분'이란 별명이 있다. 승무원으로 비행을 다니며 각 나라의 기념품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챙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또 천성이 사람들과 함께하며 공감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수식어는, 지금 '태호엄마'로 더 유명하지만 국회 입성하면 자연스레 다른 이름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만삭의 몸인데 요새 영입인재로 활동하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나.

▶5월에 출산이 예정돼있다. 주변에서 걱정을 하지만 사실 괜찮다. 인터넷에서 "지금 태호엄마가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거냐"는 내용의 응원글을 본 적이 있는데 공감했다. 지금 제 안에 무언가 강하게 박혀있단 생각이 든다. 그게 제 아들 태호인 것 같고, 태호가 절 움직이게 해준다고 생각해 별로 힘들지 않다. 

-국회 입성해도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힘든 점이 있을 수 있다. 

▶초선이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다. 예전엔 민원인 신분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부탁했는데, 직접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오히려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이안전 관련해선 제가 당사자이자 수많은 엄마 아빠를 대변한 위치이므로 어떤 것도 따지지 않고 더 강력하게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해인이 가족, 태호 가족 및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어린이생명안전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2019.11.21/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