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비례정당 선거운동, 이해찬은 되고 황교안은 안 된다?

권제인 인턴기자 l 2020.04.08 08:19
(제주=뉴스1) 이석형 기자 = 이해찬 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4·3 71주년 추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2019.4.3/뉴스

"저는 불출마하기 때문에 법률상 더불어시민당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저에게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차별적으로 비례정당 지지를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한국 정당사(史)에 한 획을 그은 비례대표용 정당의 등장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 비례대표 정당을 둘러싼 선거운동은 혼란스럽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해석을 내놓기 바쁘다.

미래통합당은 일찌감치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위성정당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정당'의 형식으로 더불어시민당 출범을 주도했다. 사실상의 위성정당이다.

비례대표 정당의 선거운동, 이해찬 대표는 되고 황교안 대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사실일까?


[검증 대상]
비례위성정당 선거운동, 이해찬 대표는 되고 황교안 대표는 안 된다.
 
[검증 내용]

◇‘후보자’ 황교안은 안 된다

원칙적으로는 사실이다. ‘국회의원 후보자’ 황교안 대표는 안 되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대표는 가능하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자가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겹치는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 하는 것을 막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88조



반면 이해찬 대표가 맡은 당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 직위는 제한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 대담ㆍ토론자 외에는 선거운동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비례위성정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또 다음 달에 열리는 비례대표 후보 토론회에 더불어시민당 대표로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단, 토론회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된다. 김대일 선관위 대변인은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시민당 대표 토론자로 지명받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정을 받으면 그 순간에는 정당을 대리하는 것이다. 대리과정에서 다른 정당, 후보자를 홍보해선 안 된다. 당 대표로 선거운동을 하러 나왔는데 계속 다른 정당 후보자, 정책만 이야기하면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이유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미래한국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 ‘간접 선거운동’은 여전히 논란
 
후보자가 다른 정당을 위해 선거운동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어디까지 선거운동으로 볼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이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황교안 후보의 지역유세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가 동행 △황교안 후보자와 비례대표 후보자가 함께 사진 촬영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가 미래통합당 지역구 후보의 사무실에 방문하는 것은 모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지 발언만 하지 않으면 유세 현장에 동행하는 방식으로 비례정당 홍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바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 시기, 행위 주체, 상대 등 구체적인 행위 양태에 따라 개별적인 검토 판단이 필요하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따라서 ‘간접 선거운동’도 금지되는지는 현재 판단이 불가능하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88조에 단서조항이 있다. 후보자가 자신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홍보하게 된 경우는 처벌받지 않는다. 이때 목적성과 반복성이 없어야 한다.

김대일 선관위 대변인은 “자신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거 이력을 말할 때 잠시 다른 정당이나 후보를 미화하거나 홍보하게 될 수 있다. 그것까지 위반이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계속하는 건 예외에 포함되지 않는다. 목적성과 반복성, 정황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비례정당이 처음 등장한 만큼 어떤 발언까지 예외로 봐야 하는지는 현재 판단이 불가능하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원칙적으로 국회의원 후보자인 황교안 대표는 비례위성정당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의 선거 유세에 미래한국당 후보자가 동행하는 등의 ‘간접 선거운동’은 선관위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해찬 대표는 비례정당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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