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실 안과 밖, 급격한 온도차…원구성 협상 막전막후

[the300]

김하늬 기자 l 2020.06.30 06:58


"밤 사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또 반대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원 구성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주호영(오른쪽 부터)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박 의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0.06.28. photo@newsis.com


29일 오전 9시쯤 국회 본청 분위기는 무거웠다. 여야 원내 지도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여야가 '합의에 근접했다'며 기대감을 남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했던 터라 의외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의장실에서 오후 5시15분부터 약 3시간30분 동안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협상을 계속했다. 의장과 원내대표들은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하며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협상이 끝난 직후 한민수 국회대변인은 "합의는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다"면서  "내일(29일) 오전 10시에 '결정' 한다"고 말했다. 재재협상이 아니라 결정이라는 표현으로 합의에 거의 도달했음을 암시했다.

여야 핵심관계자들도 각자 요구사안에 대한 '교통정리'를 끝내고 문구 정리도 어느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 시간 진지한 협의 내용이 오갔고, 여·야간 의견 접근을 통해 진척을 엿볼 수 있었다"는 메시지까지 남긴 터였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먼저 원내대표실을 나서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인사를 던지는 질문에 "안녕해보이나요"라고 짧게 마스크 너머 답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국회의장실에 간 뒤 30여분 만에 '협상 결렬' 소식이 공식화 됐다.



원내대표간 '사인'만 남았다는데...최후 결렬 왜?


여야 원내대표 입장발표를 종합해보면 양당은 어느정도 입장차이를 좁힌 건 사실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년 국회 운영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2020.06.29. photothink@newsis.com


민주당은 협상 결렬 선언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6개의 ‘가합의안’을 공개했다. △상임위원장 민주당 11석·통합당 7석 배분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여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 우선 선택 △법사위 제도 개선에 대한 여야 협의 진행 △29일 상임위원장 선출 후 30일 개원식 개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및 후속 조치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수사·재판 과정과 그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한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 등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핵심 쟁점이었던 법사위 부분에 대해 “법사위원장은 최소한의 공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박 의장 요청을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이며 법사위 제도 개혁은 법제위·사법위 분리를 주장하는 통합당 안과 체계·자구 심사권을 의장 직속으로 독립시키는 안을 함께 논의해 합의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장실 안에서 통합당 원내지도부와 협상은 어느정도 '말이 통했다'고 여겨졌다.

지난 26일, 20분으로 예정된 3자 회동이 200분을 훌쩍 넘겼을 때도, 28일 저녁 도시락을 시키면서까지 3시간 30분 마라톤 회의를 진행할 때만 해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회의장 밖 기자들이 여야 원내대변인단에 "회동이 길어지는 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고 질문했을 때 "아직 협상에 다다르지 않았다"며 협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긍정적이라는 신호를 준 배경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2020.06.29. photo@newsis.com


하지만 국회의장실을 나오면 주 원내대표가 '돌변' 했다는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지난 금요일과 오늘, 비슷한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날렸다.

김 원내수석은 "어제 원내대표간 사인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또 거부됐다. 이런 야당의 리스크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지난 5차례 협상을 보면 6월 5일 개원식, 8일 상임위원 명단 제출, 15일 상임위원장 선출, 그리고 (강원도) 사찰 방문과 여러가지 회동이 있었다"며 "그 과정속에서 협상권과 결정권이 통합당 내 계속 분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의 협상과 합의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해주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1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코로나19위기로부터 파생된 3차추경 처리 등 국민께 희망주는 국회 만드는 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폭발한 주호영의 '부도수표'


박병석 국회의장도 참고 있던 불쾌함을 폭발시켰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 참석해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2020.06.29. photothink@newsis.com


박 의장은 29일 나머지 11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한 뒤 모두 발언으로 "의장은 의원 선출 요청하지 않는 소속단체에 대해 16일, 26일 모두 5차례 걸쳐 서면으로 선임 요청하거나 상임위 수요 조사 결과를 제출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며 "교섭단체 의원 대표와 회동 과정에서도 구두로 10차례 이상 국회법 지키도록 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박 의장은 "원 구성 문제로 더이상 국회가 공전하지 않는 국회법 제도의 틀을 확립해 줄 것을 여야 지도부에 강력히 촉구드린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도 강원도 사찰 잠행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직접 다녀온 뒤 대화가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만난 주 원내대표는 돌연 상임위원 명단 제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합의하면 뒤집고 약속하면 지키지 않는 통합당의 뒤통수 정치는 국회를 시작부터 진흙탕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여의도로 '컴백'한 돌아온 주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만난 뒤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재신임 과정에서 대여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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