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가 文대통령에게 꼭 해야할 말[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우리도 틀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용기있는 靑참모진 필요

정진우 기자 l 2020.08.30 17: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축하전화를 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렸다. 언론인 출신답게 기사 제목을 뽑듯 통화 내용의 핵심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 대표 측은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해달라면서, 이 대표 전화는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했다. 이대표도 대통령께 드릴 말씀은 늘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통화를 토대로 ‘건강한’ 당·청 관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청 관계에 말을 아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순간 사방에서 공격을 받기 쉬운 민감한 문제였던 탓이다.

야당 등 정치권에선 현재의 당·청 관계와 관련, ‘통법부’(대통령+입법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 정치학자를 비롯해 많은 진보성향 지식인들 역시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민생과 거리가 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등 청와대가 원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그 결과 민심 이반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시무 7조 상소문’이 순식간에 국민적 이슈가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청원인은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중궁궐’에 있던 것도 아니고, 이 대표 역시 이 같은 여론을 모를 리 없을 거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이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당·청 관계 개선을 얘기했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당의 역할을 키우고, 정부의 정책에 국민의 요구를 더 정확히 반영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언제든 대통령을 뵙고 국민과 당의 의견을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7개월짜리 당대표’로 본다. 차기 대선에 나갈 경우 내년 3월엔 대표직을 그만둬야한다. 7개월동안 과연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이 대표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내년 초는 문 대통령 임기가 1년 정도 남는 시점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순장조’를 꾸려야 할 시기다.

이 대표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문 대통령이 “우리만 옳다”고 주장하며 열성 지지층 눈치만 살피는 참모 대신, “우리도 틀릴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참모를 기용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 대표가 특정 진영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유능한 인사들을 적극 추천하면 될 일이다.

예컨대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과 같이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등 소신 정치로 당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했던 인사들이다. 김 전 의원은 전당대회 전날 최고위원 임기를 마치면서 지난 2년간 소회로 “현안에 대해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노력했다”며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들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지도부에서 그러한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김 전 의원의 이런 모습 덕분에 ”강성 친문이 장악한 민주당에서 희망을 본다“며 민주당을 떠나지 않는 당원들이 많다고 한다.

당·정·청은 운명공동체다. 어느 한쪽이 붕괴 되면 다른 쪽도 무너진다. 그만큼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의 한 축은 청와대고, 참모진이 그 축을 지탱하고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있고, 더 잘 보이면서 들리게 할 수도 있다. 참모진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과거 정권들이 보여줬다.

이 대표는 당 대표를 수락하며 정권 재창출 의지를 밝혔다. 정권 재창출은 열성 지지층만으론 안 된다. 이 대표가 임기를 그만둘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월, 청와대 참모진 면면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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