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묵힌 이해충돌방지법, 부패방지 '특효약' vs '보여주기 쇼'

박종진 l 2021.03.30 16:46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3.30/뉴스1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심사를 놓고 여야 간 긴장감이 팽팽하다. 여당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명분으로 신속 통과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야당이 법 처리에 미온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현 정권이 성난 여론을 달래려 논란이 많은 법을 ‘일단 통과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인다고 반발한다. 민심 이반이 본격화되자 ‘헐리우드 액션‘하듯 입법을 추진하면서 야당 탓을 한다는 주장이다.

30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31일 오후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열어 이해충돌방지법 심사를 계속한다. 6년간 국회 논의가 멈춰왔던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달 들어 본격적인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직무관련성과 사적 이해관계, 이해충돌 판단기준 등 법안의 주요 개념과 적용 범위 등에서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심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해관계자와 거래하는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밀 정보를 이용한 사익추구를 처벌하는 부패방지법 등이 이미 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아예 관련 업무 자체에 제한을 둔다는 측면에서 다른 차원이다.

법 취지는 좋더라도 실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그동안 상당했다. 복잡다단한 개개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금융위원회 간부가 동생이 은행에 다닌다는 이유로 관련 업무에서 빠져야 한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이다. 모든 공직에 이를 다 적용할 때 자칫 큰 혼란을 유발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만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법을 도입하더라도 철저한 심사를 거치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지적도 많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전문가적인 지성을 바탕으로 정교함과 섬세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5년 7월 마지막 법안소위 논의에서도 정밀 심사 필요성에 여야 의원들이 공감하면서 통과가 보류됐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3.30/뉴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부패근절을 위해서 법안 처리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처리 가능성까지 흘러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도화해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행도 같은 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과감하게 결단하자”며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면 LH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아프게 와 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이쯤 되면 남 탓도 고질병”이라는 입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히려 애초부터 회의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으며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쪽은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의 할리우드 입법 액션과 야당 탓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심사’에 방점을 찍는다. 사실상 여당 일정에 맞춰 처리해줄 뜻이 없다는 얘기다. 앞서 정무위 국민의힘 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국민들은 여당이 선거 전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 LH 사태를 일단락 짓겠다는 물 타기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쯤은 이미 다 알고 계신다”며 “그런 얄팍한 전략 때문에 국민생활과 국가의 근간이 되는 법률을 제대로 검토도 안 하고 제정해서는 더 큰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만큼 소위에서 합의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소위 합의 관행을 깨고 여당이 정무위 전체회의에 바로 법안을 올려 표결로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와 윤창현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3.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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