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부' 만드는 수석보좌관회의[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정진우 l 2021.12.02 05:0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선산업 성과와 재도약 전략'을 주제로 의제발제 및 토론이 이어졌다. 2021.9.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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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1관 건물 3층 영상회의실엔 이 같은 백드롭(배경막)이 걸려있다. 이곳은 문 대통령이 매주 월요일 오후2시에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앉는 자리 바로 뒤에 이 같은 문구가 크게 적혀있어 사진과 영상으로 회의가 공개될 때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 문구가 자주 안보인다. 지난 9월27일 이후 수보회의가 열리지 않아서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과 각종 행사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거나 긴급 내·외부 회의 등을 이유로 2개월 넘게 수보회의가 없었는데, 이 정부들어 처음있는 일이다.

수보회의는 대통령과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모두 참석해 매주 중요한 안건들을 논의하는 주요 회의체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곧바로 공개된다. 회의가 끝나면 비공개 내용이 관계 부처에 전파된다.

그간 공개적으로 열리는 수보회의에 비판이 많았다. 매주 월요일 수보회의를 통해 나오는 대통령의 실시간 메시지에 힘이 실리다보니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는 형식적 회의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수보회의에서 대통령의 주요 메시지가 나온 후 각 부처 수장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탓에 수보회의가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수보회의 메시지가 강조될수록 행정부 중심의 국무회의 중요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실제 청와대 비서실 아래에 행정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 부처 장·차관 등 고위 관료들이 수보회의에 관심을 쏟으며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 이유다. 이들은 때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비공개 회의 내용을 묻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 말고도 매일 아침 비서실장 등 소수의 핵심 참모진과 회의를 한다. 사안에 따라 관련 수석비서관 등 참모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수시로 열린다. 굳이 공개적인 수보회의가 없어도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다양한 경로로 청와대 참모진에 전달되는 등 청와대 운영에 지장은 없다.

정치권을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그동안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는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같은 수보회의 중심의 '청와대 정부'를 비판했다. 수보회의에서 중대한 내용이 공개될수록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에 권력을 집중시켜 정부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청와대에 모든 권력이 집중될수록 행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청와대의 하위 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박사는 "권력에 취한 청와대는 의회와 정당, 내각 등을 하위 개념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청와대 기능을 축소하겠단 공약을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 각 당 후보들도 앞으로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수보회의가 열리지 않고 국무회의만 개최되면서 최근 각 부처에서 "국정운영 중심축이 행정부로 옮겨간 것 같다"란 얘기가 나오는 걸 각 후보들이 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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