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보다 뒤져 25위…IT강국 韓, UN 조달시장서 '굴욕'

[the300]

차현아 l 2022.09.30 10:41
개발도상국 빈곤과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해 각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ODA(공적개발원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1%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IT·통신장비 분야는 0.01% 수준에 불과했다.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UN 조달시장 점유율은 1.09%(3억2000만 달러, 4500억원)로 나타났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백신 등 의약품 조달 43%(1억4000만 달러, 2005억원) △수송 및 송달 서비스 4%(1400만 달러, 200억원) △IT 및 통신 장비 0.01%(4만 달러, 5731만원) 등이다.



지난해 국제 ODA의 규모는 1789억 달러(약 252조원)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ODA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UN조달시장 규모 역시 지난 5년간 186억 달러에서 295억 달러(41조9000억원)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올해 기준 4조425억원으로 벨기에(3조681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벨기에는 UN 조달시장에서 우리나라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총 9억9000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 실적을 거두고 있다. 분야 별 벨기에의 실적은 △백신 등 의약품 수출 3억 달러(4300억원) △수송 및 송달 서비스 2000만 달러(286억원) △IT 및 통신장비 100만 달러(14억 원) 등이다.

김상희 의원은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를 넘어 6G를 선도하는 IT강국인 한국이 IT조달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의 IT 및 통신장비 분야 UN 조달시장 진출 실적은 전 세계 25위에 불과하며 1위 미국 실적(2억2000만 달러, 3153억원)의 0.02% 수준이다. 24위는 아프가니스탄(47만 달러, 6억7000만원)이다.



김 의원은 국내 기업이 UN 조달시장에 적극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로 국제기구와의 접점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외교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은 1년에 한 번 조달청과 진행하는 조달설명회가 전부다. 김 의원은 "UN조달시장 자체가 낯선 국내 기업들에게 고작 설명회 한 번으로 조달시장에 진출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생색내기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경제 위기에도 지속적으로 커지는 ODA와 조달시장은 미개척지임에도 우리 기업 점유율은 우리 잠재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외교부가 ODA 관계자들의 기술 설명회나 현장 시찰 등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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