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에도 링거 맞고 '강행군'…조태열의 40년 내공 '진가' 발휘

[the300] 주유엔대사 네트워크로 中·인니 등과 격의없이 소통
한미일 경제·안보 밀착 협력하면서도 중국과 조화 노력 기울여

김인한 l 2024.03.15 05:5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사진=외교부


최근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다자외교 데뷔전은 '40년 외교관' 경험이 진가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주유엔대사 재임 시절 함께 근무했던 중국 수석대표 등과 현안을 논의하며 실리를 챙겼다. 오는 18일 30여개국 장·차관급 인사들이 모이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1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브라질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11개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환담 등을 가졌다. 브라질 출장 중엔 식중독까지 걸렸지만 링거를 맞고 모든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고 한다. 브라질 출장 후에는 휴식 없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DC로 넘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참석하고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열었다.

조 장관은 최근 껄끄러웠던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외교수장과 소통했다. 중국과는 최근 한미일 밀착 협력으로 외교관계가 소원해졌고 인도네시아와는 우리나라에 지급하지 않은 약 1조원 규모 KF-21 분담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장관은 2016년 11월부터 3년간 주유엔대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외교부


마자오쉬 중국 부부장과는 수석대표 라운지와 리셉션장에서 두 번에 걸쳐 장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한중관계 중요성을 강조하고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우려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믹타(MIKTA)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공동성명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 우려에 대한 문안 삽입을 우리 측에 먼저 알려왔다고 한다. 믹타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총 5개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G20 일정 후 미국에선 마리아노 플로렌티노 구엘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회장이 조 장관에게 '국제무역통상질서의 안정화를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국가안보도 경제에 우선한다고 강조하며 안정적 무역체제 확립을 위해 최대 행위자인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지난 1월 경제통상과 다자외교 전문성을 바탕으로 외교부 수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1979년부터 2019년까지 40년간 외교관을 지냈다. 외교관 전반 30년은 주미 대사관 경제참사관, 지역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차관보) 등을 역임하며 통상전문가로 활약했다. 후반 10년은 2차관, 주유엔대사 등을 역임하며 다자외교를 이끌었다. 그동안 한미동맹과 한중 파트너십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고 양자 간 조화를 이루는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조 장관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다자외교 행보를 이어간다. 이 회의는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적 권위주의 부상 등 민주주의 진영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회의에는 30여개국 장·차관급 인사가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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