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간섭' 한국 위성도 당했다…"중국 소행 가능성"

[the300][MT리포트]남북 스타워즈③
영상 데이터 처리시 깨짐 현상 등 피해

김인한 l 2024.03.16 10:00

편집자주 남북한의 인공위성이 동시에 지구를 돌고 있다. 매일 한 번씩 50㎞ 거리로 스쳐 지나간다. 마음만 먹으면 레이저 또는 전파 공격도 가능한 거리다. 스타워즈(Star Wars)는 더이상 상상의 영역이 아니다. 전 세계 우주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이를 막을 수단이 있는지 짚어본다.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가 지구 저궤도에 떠있는 모식도. /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 등 지구 저궤도(LEO·200~2000㎞)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우주에서 '주파수 간섭' 피해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은 특정 지역을 촬영하고 지상국으로 영상 데이터를 보내는데 주파수 간섭을 당하면 영상 데이터 처리·저장 과정에서 '영상 깨짐'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피해 원인을 역추적한 결과, 중국 인공위성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를 종합하면 아리랑 5호와 차세대중형위성 1호 등 저궤도 위성들은 중국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무선 주파수 간섭'(RFI)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항우연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는 위성 궤도정보를 역추적해 위협군 50여개를 추렸다. 이중 대다수가 중국 위성이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위성은 과거보다 늘어났지만 주파수 대역이 한정적이다 보니 '주파수 간섭'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지상국이 영상을 받을 때 데이터 처리가 안 되는 피해가 발생해 이를 역추적한 결과 중국 위성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했다.

우주에 있는 위성이 지상국과 통신하려면 '전파'가 필요하다. 전파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파도와 같은 모양으로 진동한다. 그 진동하는 횟수가 1초에 1번 진동하면 1㎐(헤르츠)라고 부르며 이를 주파수라고 부른다. 인공위성이 비슷한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면 '간섭' 현상으로 피해를 입는다.

이 때문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1964년부터 위성 관리 임무를 맡으며 무선 주파수 분배·관리를 맡고 있다. 위성을 발사·운영하려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ITU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주파수 간섭 피해의 경우 중국이 의도를 가지고 전파 방해를 했는지, 우연치 않게 비슷한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했는지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50여개 위협 위성군과 우리 위성이 근접할 때 회피 기동한다고 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관계자는 "ITU에 주파수 대역을 넓게 신청하는 경우도 있어 소위 말해 각 위성에 대한 '일련번호'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 위성들은 ITU에 공식 신고를 하고 운용하기 때문에 ITU에 국제 우주 교통정리를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우리 피해는 지상국에서 데이터 처리가 안 되거나, 처리 과정에서 검은색 화면 등의 깨짐 현상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 등의 위협 위성들이 궤도에 더 많이 올라가 주파수 간섭, 교란, 방해 등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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