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뉴:빌사업 도입…尹, 주거대책 발표

[the300]

박종진, 안채원 l 2024.03.19 15:11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1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를 시세에 맞춰 끌어올리겠다는 전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에 월세를 내는 꼴이 될 수 있는 과도한 보유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구도심의 오래된 빌라촌 등을 타운하우스와 새로운 빌라로 재정비하는 '뉴:빌리지 사업'(뉴:빌사업)도 도입해 향후 10년간 10조원을 지원한다. 2년간 신축 중소형 주택 10만호를 공공부문이 매입해 값싼 전·월세로 공급하는 방안과 청년·서민층을 위한 주거비 지원사업 확대 방안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스물한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먼저 낡은 도심을 대개조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도시재생 정책을 근본적으로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그동안 도시재생이라며 펼쳐온 벽화그리기, 화단조성 같은 사업이 실제 도움이 됐느냐"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됐던 정책을 비판하면서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깨끗한 집, 아파트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게 뉴:빌리지 사업을 도입하겠다. 뉴:빌사업은 주로 10호, 50호 규모 노후화 단독주택이나 빌라를 새 타운하우스와 현대적 빌라로 재정비하는 사업"이라며 "정부는 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주고 주차장, CCTV(폐쇄회로화면), 운동시설을 포함한 주민공동시설 설치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대규모 재생사업과 달리 동네의 몇몇 가구만 모여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올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공모해 내년부터 본격 착수할 것"이라며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편해서 추가 재정부담 없이 향후 10년간 이 사업에 10조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03.1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거주비 경감 대책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으로) 집 한 채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 보유세가 약 100.8%, 2배로 증가하며 사실상 집 가진 사람이 국가에 월세 내고 임대로 사는 분은 임대인에 월세를 내는 그런 형국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67개의 조세와 부담금과도 연계돼 있다. 지난 정부의 계획대로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끌어올렸다면 재산세 부담은 시세 변화와 관계없이 추가로 61% 증가하게 돼 있고 2억원 집을 보유하면 지역건보료가 3배까지 오르게 돼 있었다"며 "노년 보내는 분들은 공시지가가 상승해 노인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같은 복지대상에서 제외될 위험도 매우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께서 공시가격이 또 앞으로 오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다. 국민이 마음 졸이는 일 없게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대통령이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을 통해 2020년 수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되돌려놨지만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법을 개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법 개정 전이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서 하여튼 폐지와 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시장을 왜곡하고 민생 어려움을 과중하는 무리한 과세로 더이상 국민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1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전·월세 대책 등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2년간 신축 중소형 주택 10만호를 공공이 매입해서 저렴한 전·월세로 공급할 것"이라며 "2만5000호는 주변시세의 50% 수준 전세로 무주택자에게 임대하고 7만5000호는 저소득층에게 시세보다 50~70% 저렴한 월세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형 장기 임대 주택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규제 완화하고 기금융자,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청년, 서민층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 청년 월세 지원사업도 보증금 5000만원 이하에만 해당됐는데 상한제를 폐지하고 지원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 중간에 즉석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청년 주거 문제만 전담해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방안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이 많이 찾는 마포·홍대 일대는 '당인리 문화창작 발전소' 설립을 계기로 청년 복합예술 중심지로 조성하고 서울역·명동·남산 일대는 '서울역 복합문화공간' '남산 공연예술창작센터'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후지역 거주자 등 서울 시민, 주택 및 도시계획 전문가, 문화예술인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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