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특검 다 가능한 '野 200석'? 대통령실, 초긴장…민생 또 민생

[the300]

박종진 l 2024.03.27 18:49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2024.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8일을 하루 앞둔 대통령실은 종일 분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에는 명동성당에서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고 오후에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챙겼다. 참모들도 의료대란 방지와 경제 상황 진단 등에서 각각 목소리를 냈다.

선거에 개입할 수 없지만 선거에 지면 치명적 처지에 놓이게 되는 대통령실로서는 남은 기간 민생 행보 등을 통한 민심잡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2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여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격전지는 물론 부산·경남에서조차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속속 뒤처지는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계속되면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2016년부터 8년째 원내 제1당이었던 민주당이 또 한 번 4년 더 국회를 장악하게 되면 윤석열 정부는 임기 5년 내내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미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민주당에 막혀 주요 대선공약과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입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새 정권의 고유 영역처럼 여겨지던 정부조직법도 바꾸지 못해 여성가족부가 장관도 없는 채로 기형적으로 존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일각의 관측대로 여당으로서는 최악의 경우지만 야권이 200석 이상의 압승을 거둔다면 대통령실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 등 이미 예고했거나 앞서 무산됐던 각종 특검법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거대 야당에 맞서 지금껏 버텨온 거의 유일한 무기였던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도 소용없다. 재의를 요구해봐야 가결 정족수(재적의원 2/3) 200명을 야권이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야권 내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한 '탄핵'도 가능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요건도 200명(재적 300명 기준)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인용의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 직무는 정지된다. 말 그대로 200석은 국회의 모든 권한을 사실상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숫자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전신

그러나 대통령실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 대신 민생 행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올 들어 전날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스물네 번에 걸쳐 주요 민생정책과 지역현안 대책을 발표하고 논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를 연중 내내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선거개입'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28일부터 시작되는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민생토론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명동성당 급식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장을 찾았다. 당선인 시절을 포함해 세 번째 방문이다. 오후에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중소기업들의 경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총 42조원의 자금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화관입장금 부담금 등 세금처럼 거둬갔던 부담금 18개를 폐지하고 출국납부금 등 14개 부담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총 263건의 필수 규제들은 2년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하겠다고도 했다.

참모들도 나섰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오전 브리핑을 열어 "의료개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체감도 높은 개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료가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처음 포함된 내년도 예산 편성 지침을 설명하면서 의료계의 조건 없는 대화 참여를 거듭 호소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27.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오후에는 박춘섭 경제수석이 브리핑을 열고 수출 회복세 등을 바탕으로 현재 경제 상황을 진단하면서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2022년 5월부터 2024년 2월 기간 중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대비 3.7%p(포인트) 낮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물가 안정 흐름을 보였고 2023년 역대 최고 고용률과 역대 최저 실업률 달성 등 고용 등에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 우리 경제 성과를 OECD 중 2위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후 약 2년 가까이 우리나라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설명이다.

마침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기업들도 이날 대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좋아진다고 보고 있어서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며 의료공백 방지와 민생 현안 챙기기 등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는 건 당연하지만 민생을 살피기 위해 필요한 현장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