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종섭 사의 표명, '尹의 결단'…"與 요청, 대승적 수용"

[the300]

박종진 l 2024.03.29 11:01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27.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회피 공세를 받았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전격 사의를 나타낸 것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 여부와 별개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된 상황에서는 이 대사가 공직에서 물러난 채로 조사에 응하는 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겠다는 여권 내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 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대로 면직안을 재가할 예정이다.

이 대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이 대사는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저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른바 '도주 공세'에 시달려온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등을 위해 현재 귀국해 있는 상태다. 그간 대통령실은 이 대사에 대해 6개월간 조사를 안하고 시간만 보내온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문제라며 야권의 공격에 적극 반박해왔다. 이 대사가 부임하기 전에 공수처를 직접 찾아가 조사받고 소환하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도 했는데 어떻게 '도주'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하지만 이미 '도주 프레임'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여론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국정운영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데 (이 대사) 본인으로 인해서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국정 신뢰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 됐다"며 "총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부담을 느껴서 사퇴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이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가운데 대사 자체가 '특명전권대사'로서 나라를 대표해 주재국에 나가 있는 만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용인 등이 없으면 마음대로 사퇴하기도 어렵다. 또 다른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 대사 사퇴에 대한) 당의 요청도 있었고 이를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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