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조정'…의대 2000명 명분·실리 노렸다 "출구전략"

[the300]

박종진 l 2024.04.19 11:5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제64주년 4·19혁명 기념일인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4월학생혁명기념탑에 분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의대 증원'과 관련해 국립대가 건의한 '자율 조정'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출구전략을 찾는다. 대학이 자체 학사운영 사정에 맞춰 할당된 증원분의 일정 부분 안에서 한시적으로 정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당장 내년도 증원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일부 줄어들겠지만 한시적 자율 조정 기간 이후에는 2000명이란 '숫자'는 유지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해결을 위한 협상에도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19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전날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자율 조정안을 수용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정부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6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국립대 총장들이 대학별 증원분의 50~100%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202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해당 대학교는 이번 증원으로 의대 정원이 각각 2~3배씩 늘었다. 늘어난 정원은 경북대(110명→200명), 경상국립대(76명→200명), 충남대(110명→200명), 충북대(49명→200명), 강원대(49명→132명), 제주대(40명→100명) 순이다.

갑작스럽게 정원이 크게 늘어난 만큼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의료개혁의 취지에 반한다기 보다) 학사운영의 문제가 아니냐"며 "오늘 중대본(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전신

그동안 정부는 내부적으로 유사한 안을 협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논의해왔다는 점에서 수용 가능성은 높다. 전체 증원 규모인 2000명이란 숫자 자체는 지키더라도 이를 달성하는 기간이나 방법 등에서 탄력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의사 집단 반발로 인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출구를 찾아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장 내년에 2000명을 모두 늘리지는 못하지만 한시적 자율 조정 기간이 끝나면 2000명 의대 증원 목표는 이루게 된다. 동시에 기존 방침에서는 유연성을 보이면서 의사 측과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조치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의사 측이 사실상 의대 증원 논의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정안을 계기로 집단행동이 해결 국면으로 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000명 증원보다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와 자료를 의료계가 제시한다면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여전히 각종 통계와 외국 사례 등을 근거로 '최소 2000명'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이번에 일부 대학별 조율을 수용하더라도 이는 학사운영 상의 불가피한 한시적 조정일 뿐 2000명 증원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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