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몸에 안맞는 30년된 헌법, 국민이 바꾸자"

[the300][창간기념 인터뷰]정세균 국회의장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 국민투표해야"

대담= 박재범 정치부장, 정리= 정진우 백지수 기자, 사진= 이동훈 기자 l 2017.06.19 04:31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사진= 이동훈 기자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정세균 국회의장의 캐치프레이즈(구호)다. 메시지는 간결하다. 구호 중심엔 국민이 있다.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넘는 그의 정치 인생이 그랬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는 "지난 1년은 정치 인생에서도 격변의 시기였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의 한가운데 그가 서 있었다. 탄핵안 의결 등을 생각보다 조용히 처리한 것도 그의 능력이다. 불안한 정국 속 잡음은 없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며 정치력을 발휘한 덕이다. 특유의 협치 능력이 그를 '균블리'(정세균+러블리, 정 의장 인스타그램 계정)로 만들었다. 이제 그의 시선은 내년 6월 지방선거로 향해 있다. 헌법개정(개헌) 적기란 이유에서다. 정 의장은 임기 내내 개헌을 외쳤다. 이것도 국민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국민이 평온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머니투데이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정 의장의 정치 얘기를 들어봤다.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사진= 이동훈 기자

 

- 취임 이후 개헌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 현재 우리 헌법은 198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30년이 지났는데, 그때 대한민국의 생활상과 지금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지금은 상용화된 휴대폰, 인터넷 등이 그 당시엔 상용화되지 않거나 아예 없었죠.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엔 군부독재의 긴 터널이 이어졌고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 됐었죠. 그 이후 국민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정착됐습니다. 한마디로 1987년에 만들어진 낡은 옷을 2017년 지금 입기엔 옹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크기도 맞지 않고 상황에도 안 맞습니다.

 

- 헌법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 1987년 개헌 당시엔 오랜 독재 체제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는 직선제 자체에 기대가 너무 컸습니다. 지금 대통령제의 권력독점 구조에 대해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거죠. 지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 국민과 정치권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분산되는 구조로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의장님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개헌'은 어떤 개헌인가요.

▶ 분권형 개헌입니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이야기하는 적폐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가진 권력 일부를 국회나 제3의 기관으로 분산하고 중앙정부가 가진 권력을 지방에 넘겨야 합니다. 즉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와 분권 시스템이 되도록 하는 게 개헌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성공적인 개헌을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할겁니다.

 

- 개헌을 위한 어떤 과정이 진행되고 있나요.

▶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항상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국민과 정치권, 시민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개헌의 1차 요건은 갖췄다고 봅니다.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지금 국회 개헌 특별위원회(특위)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고 국민들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또 새 정부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국회가 주도해 많은 목소리를 듣고 정돈된 의견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내각이 모두 구성되고, 새 정부가 정상 가동되는 올 여름 이후 개헌 작업이 본격화 될겁니다.

 

- 의장 후반 임기인 앞으로 1년간 개헌을 성공시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 개헌의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에서도 개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적이 없어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개헌 특위의 이주영 위원장을 비롯한 각 당의 간사들, 위원들과 자문위원들이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야합니다.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사진= 이동훈 기자

 

- 의장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성과가 많았습니다.

▶ 취임 이후 여소야대, 다당제 국회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가적 위기사태로 평가할 수 있었던 지난 몇 개월간, 정국 안정을 위해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취임 초 국회의장 직속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를 통해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했습니다. 불체포특권과 민방위 훈련제외, 친인척 채용문제 등을 해결했습니다. 또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약속을 지켰고, 여야의 첨예한 쟁점사안이었던 누리과정 예산문제를 협의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여야 협의과정을 통해 예산안을 법정기한에 처리한 것도 많은 분들이 높이 평가했습니다. 역대 국회 첫 해 법률안 처리실적이 570건으로 4년 전 19대 첫해 법안 처리 254건에 비해 2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 최근 일본 출장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새로운 미래 관계를 강조하셨습니다.

▶ 오오시마 타다모리 일본 중의원 의장 초청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하고 왔습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의회 수장들과 만나 북핵문제, 양국 현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특히, 한일간 대화채널 복원 제안 등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미래지향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아베 총리, 오오시마 의장을 비롯한 의회 관계자들과 대북공조 및 실질적인 비핵화 방안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눴고 양국 의회 간 ‘제2차 한일의회 미래대화’ 개최도 제안했습니다.

 

- 우리에게 지금 당장 실익이 되는 성과도 있었나요?

▶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후 경기가 살아나면서 구인난에 봉착해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비자문제 등 해외 취업에 필요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일본도 여기에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밖에도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 대책법’과 ‘한일어업협상’의 조속한 타결 등에 대해서도 일본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 대한민국 정치에서 정책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 과거처럼 정치의 영역에서 말싸움과 몸싸움만으로 생존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정책통이 돼야합니다. 저는 정책으로 성장한 정치인입니다. 정책조정위원장, 정책위의장 등 정책으로 성장했고 정책통이란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정치에 전문성을 둔 정치인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정책통은 느리지만, 견고한 생명력이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차이를 극복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또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 가는 과정입니다. 그게 바로 협치입니다. 우리 정치엔 그게 부족합니다. 정치가 국민들을 위해 때에 따라선 양보도 하고, 상대방도 존중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정치인들이 항상 표를 의식해서 그렇습니다. 정치인 스스로 국민에게 힘이되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합니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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