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출신 의원 눈에 비친 이상한 국회

與 민병주 "과학법안 시급한 '민생'인데 늘 후순위"

김성휘 진상현 l 2014.03.12 05:55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뉴스1 허경 기자

"노력했는데, 결과가 이런 상황에 더 드릴 말씀이…"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카메라 앞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같은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가 막판 방송법 개정 난항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0'의 행진을 계속한데 대한 자괴감 때문이다.

미방위에선 방송 등 여야 첨예한 대치 사안 때문에 특별한 이견이 없는 법안도 발목이 묶였다. 지난해 12월 국회 이후 법률처리 0건이란 불명예를 쓰고 있다. 이날도 민 의원이 심혈을 기울인 원자력안전법 등이 통과를 목전에 두고 다시 주저앉았다.

과학계 대표주자,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이란 상징성을 안고 19대 국회에 입성한 민 의원은 답답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6일 만난 그는 그날의 '눈물'에 "제가 아직 덜 성숙해서 그렇다"고 몸을 낮췄지만 미방위 법안심사 과정에 대해선 담아둔 말을 쏟아냈다. 야당을 우선 겨냥했지만 협상과 대화의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단 점에선 여야 모두를 향한 질책이었다.

"떡 하나 주니 또 달라는 협상"= 여야는 국회만 열리면 각자 중점법안을 내세워 상대를 압박하지만 여기에 '과학'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과학 관련법은 고질적인 연계처리의 희생양이 됐다.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여야 타협이 우선시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특히 19대 국회 미방위에선 방송 관련사항이 모든 법안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원자력 안전도 과학연구 지원도 방송법 개정 논의를 위한 '카드'에 불과하다. 민 의원은 방송법 개정 등 야당 요구사안을 위해 끊임없이 다른 법안을 양보해 왔다며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해서 하나를 줬더니 또 하나, 또 하나를 더 달라는 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당에도 아쉬움이 있다. 그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라지만 민주당은 개인이 전체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고, 새누리당은 정부정책을 뒷받침하려다보니 본인 고유의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제도적 대안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낮다. 그는 "미방위에서 방송 관련을 예결특위처럼 상임특위로 떼어내고 나머지 법안을 다루자는 얘기도 있고 법안소위를 나누자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도 (관계없는) 법을 연결시키는 상황에서 야당이 그걸 들어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법안은 시급한 민생= 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원자력안전법은 원전부품 성능검증 관련 서류를 위조·조작하는 경우 무거운 처벌을 물도록 했다. 원전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발의했지만 넉 달 뒤 12월에야 미방위에 상정됐다.

민 의원은 법안처리 지연에 "지난해 그 난리를 피웠던 사항이고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비리가) 재연될 수 있는데도 '괜찮겠지.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은 미방위와 국토해양위에 각각 계류돼 있다. 과학벨트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역할을 규정하고 통일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민 의원은 "이름은 같지만 내용이 다른 야당 법안도 함께 통과시키지 않으면 '야당 법안 차별'이란 주장에 막혔다"며 "미래부의 의견을 물어본 뒤 제 법안을 뒤로 빼는 양보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연구회통합법(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단일한 '과학기술연구회'로 통합하는 내용이다. 기획재정위 소관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도 발의했다. 과학기술분야 정부 출연연을 현재 '공공기관'에서 제외토록 했다. 연구기관에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 비리나 편법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법안들이 줄줄이 막혀있으니 무력감이나 회의는 들지 않을까. 그는 "포기하기보다 오기가 생기더라"며 "과학 현장을 바꾸는 것만 생각했지, 현장의 생각을 국회에 전달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구나 싶고 앞으로 그런 부분을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이라 강조했다.

△만 55세 △이화여대 물리학과·일본 규슈대 원자핵물리학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세계원자력협회 공로상 △19대 국회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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