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명 대상, 남 일 아닌 김영란법…"현실성 높여야"

[the300-김영란법 집중분석⑤]대가성 없어도 처벌, 대상자 좁혀야 실효성

진상현 기자 l 2014.05.31 11:25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과 관련한 질문 하나. 다음 중 돈이나 선물, 향응 등을 받을 경우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게 하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누구일까. 1)국회의원 2)차관급 이상 공직자 3)언론인 4)사립유치원 교사 5)남해마늘연구소 직원  
 
정답은 1~5번 모두다. 법안의 적용 대상이 기존 헌법기관,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조직유관단체의 공직자 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넓었던 적용 대상 범위가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법안이 실효성을 지니고, 위헌 논란을 벗어나 입법이 가능하려면 대상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서는 적용대상 공직자가 모두 154만8467명이었다. 김영란법의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법의 적용 대상과 동일하다. 세부적으로는 국회, 법안,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등 헌법기관 직원 2만5333명 △일반행정, 교육, 공안, 현업기관, 군인·군무원 등 국가공무원 82만2496명 △시·도, 시·군·구, 교육청 등 지방공무원 35만638명 △공기업, 지방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등 공직유관단체 35 만 명(추정) 등이다. 이중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각종 크고 작은 공직유관단체의 수만 868개에 달한다. 
 
여기에 권익위가 지난 27일 정무위 법안소위에 제출한 수정검토안에서는 대상에 사립학교(17만6021명)와 사립유치원(3만5129명) 직원 총 21만1150명을 추가했다. 국, 공립학교와 유치원이 공직자에 포함되는데 같은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립 학교 직원들을 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또 이날 법안심사 과정에서 법에 따라 등록된 언론사 직원(9만여명)도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경우 이 법을 직접 적용받는 공직자 수는 총 185만명 선으로 늘어난다. 
 
공직자 본인 외에 가족도 대상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적용 대상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가족수는 당초 정부안에서 규정한 민법 제779조 상의 가족 개념을 적용하면 평균 10명선, 권익위가 다시 제출한 수정검토안의 가족 개념 '배우자 및 공직자·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을 적용하면 평균 3명 정도가 된다. 결국 가족의 범위에 따라 적게는 555만명에서 많게는 1850만명까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우리 국민 4900만 명 중 10명 당 최대 4명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기존 정부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대상자수가 1540여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적용대상의 범위를 축소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한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김영란 법 원안이 통과되면 가족과 친인척까지 1500만명 정도가 법의 대상이 된다"며 "미풍양속이나 예의로 해야 하는 인사치레도 일체 못하게 되고, 밥 한 끼도 먹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원래의 취지 고위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하지 않고는 원안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고위직에는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하위직에는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정도 수준에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과 별도로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발의했던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같은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저는 가족들 범위를 민법상의 가족 범위를 확대시켰지만 제 법안만 고집하는게 아니다"면서 "정부안(권익위 수정검토안)처럼 공직자 본인이나 배우자 그리고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손비속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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