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무서워서…" 김영란법, 여야 속내는

[the300-김영란법 집중분석⑦-끝]심사 속도 내되 제대로된 논의 환경 만들어줘야

진상현 김성휘 기자 l 2014.06.10 15:14

편집자주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방지하는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뿐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될 경우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보다 정교한 법안마련을 위해 국회 논의과정을 공개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법안이 됐다. 뿌리깊은 '관피아'와 민간의 결탁이 대참사의 주요한 연결 고리가 됐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중 후반기 국회가 구성되는대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 수렴과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김영란법에 대한 본격적인 국회 심의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은 딜레마에 빠졌다. 법안의 취지를 살려 조속히 통과시키라는 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고 법안이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고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할 내용이 많은 탓에 어느 법안 보다도 제대로 된 심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여야 지도부 압박에 법안 심사 '이중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앞다퉈 조속한 통과를 당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진 대국민 담화에 이어, 지난 2일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다시한번 김영란법의 빠른 통과를 당부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최대한 '김영란법 원안'에 가깝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원안'으로 불리는 입법예고안은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 여부에 관계없이 공직자가 100만 원 초과의 금품 등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금액에 관계 없이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형사처벌하고 관련성이 없으면 과태료 및 징계 처분하도록 한, 실제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보다 더 강력한 안이다. 안철수 공동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원안에서 많이 후퇴한 정부안이 아니라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안이 제출되고 8개월 동안 논의를 하지 않고 미적거렸던 원죄까지 덧붙여지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비춰지게 됐다.

 

 5월 심의 당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심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뒤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어 "솔직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여론이) 무서웠다. 댓글이 2000개씩 달리고 얼굴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해서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천가능하고 합리적인 법안 만들어지도록 해야"

 

 김영란법 원안(입법예고안)에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가 입증되지 않아도 금품 등을 수수하면 처벌하고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도 적용하며 △민원인을 직접 대하는 하위직도 포함하고 △공직과 관련된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들이 반영돼 있다. 

 

 그러다 보니 헌법기관 종사자, 국가 및 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 모든 종사자 약 157만 명이 망라됐고 민법상의 가족 개념을 도입해 처벌 대상은 10배인 1570만명까지 늘어났다.

 

 김영란법의 원칙을 건드리기 힘든 분위기에서 법안심사가 진행되다 보니 공익적 성격을 지닌 사립학교, 언론사 직원 등이 포함되면서 적용 당사자는 180여만명으로 더 늘어났다. 원안과 같은 가족 기준을 적용할 경우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는 1800여만명에 이르게 된다.  

 

이 법의 규제 대상 행위는 △금품 등의 수수 △부정청탁 △이해충돌하는 직무수행 등 다양하다. 전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다양한 행위 들에 대해 규제를 받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김 의원은 "황당한 사례를 빼고 국민적 공분을 사는 공직자의 부패만을 가려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법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어있지 않다"면서 "김영란법의 근본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위헌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대로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제고하면서 위헌과 일반 국민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으면서도 제대로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 라다오 인터뷰에서 "제대로 해서 좀 더 청렴하고 밝은 공직사회로 가되 실천 가능한 범위로 가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좀 더 정교하고 실천가능하고 합리적인 법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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