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신기남 의원의 '부정(父情)' 혹은 '부정(不正)'

[the300]아들 로스쿨 졸업시험 낙방에 학교 찾아 교수 만나...

유동주 기자 l 2015.11.27 10:23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실질등록금인상 저지를 위한 건국대법학전문대학원 전체학생결의대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장학금 축소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4.4.1/사진=뉴스1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로스쿨 결의대회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15.11.18/사진=뉴스1


아들이 졸업시험에 낙방하자 학교를 찾아 교수를 만난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처신에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신 의원에 따르면 그는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합격하지 못하자 교수를 만나 '졸업시험 커트라인이 타학교보다 높은 점' 등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만남 이후 시험 결과가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신 의원은 "부모 된 마음에 '부정(父情)'으로 상황을 알아보고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직 '국회의원'의 방문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신 의원이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해 주면 법무부에 압력을 넣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올려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신 의원 논란에 대해 즉각 조사를 하고 징계사유가 발견되면 엄정 처리해야 한다. 어물쩡 넘어가려 한다면 '특권'을 없앤다는 야당의 주장에 큰 흠집이 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 등 사회 지도층 자제들의 로스쿨행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부정(不正)'이 개입해 고위층 자제들이 남보다 수월하게 로스쿨에 진학하고 취업에 특혜를 받는 경우다. 

신 의원 아들이 다니는 경희대 로스쿨은 2011년 졸업시험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사활을 건 학교들의 졸업시험 제도 도입이 잇따랐다. 첫 변호사시험에서 경희대가 응시자 대비 100% 합격률을 기록하자 다른 로스쿨들은 경희대의 노하우를 채택했다.  

졸업시험 강화가 학사관리 측면에서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목적’과 방법‘에서 개선할 점도 적지 않다.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주관적 요소가 개입되기 마련인 '졸업사정위원회'를 통해 졸업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부정의 개입 여지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일부 로스쿨에선 그동안 '졸업시험 합격'에 교수들과의 친분, 고위층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신 의원이 학교를 찾아간 것도 결국 '주관적'요소로 졸업 사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을 지 모른다. 
 
졸업시험 뿐 아니라  입시과정에서의 불투명성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대는 합격시키고 30대는 떨어뜨리린다는 '자의적 입시' 논란이 있을 만큼 입시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로스쿨 문제점의 상당부분은 교수들과 로스쿨당국의 '자율권한' 남용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교당국은 입학·졸업사정은 물론이고 성적과 장학금선정까지 학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데 이를 견제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로스쿨 정화를 위해 정부가 나설 때다.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최근 이같은 점에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11월 18일 사시존폐 공청회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와 23일 전체회의에 법안설명 하러 온 황우여 교육부총리에게 이 위원장은 '로스쿨 방치'에 대해 질타했다. 그는 로스쿨의 입시불투명성·장학금축소 등 문제점들을 해결할 교육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특히 황 부총리에겐 빠른 시일내 '로스쿨 개선책'을 마련해 법사위에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로스쿨측에서도 스스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낼 때다. '개혁' 없이는 로스쿨제도가 법조인 양성제도로 지속될 명분을 가질 수 없다. 로스쿨은 완벽한 제도가 아니고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제도다. 제도만 만들고 법대교수들은 그대로 둔 채 '로스쿨'로 간판만 바꿔 달았던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법조인 양성'이 '공적(公的) 임무'고 로스쿨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인정한다면 각 로스쿨에 대한 정밀한 '감사'와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법조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유난히 크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제 얼굴 침뱉기'란 생각에 말을 아낄 게 아니라 '모교'발전을 위해서라도 '쓴 소리'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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