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사 고비고비, 시대를 향해 던진 그의 질문들

[the300][런치리포트-대선주자사용설명서: 손학규②]7공화국·저녁이 있는 삶·보편적 복지

정영일 기자 l 2017.02.14 05:05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정치 행보엔 치열한 시대에 대한 질문과 그 나름의 대답이 담겨 있다. 24년 정치 역정 고비고비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정치 슬로건을 제시하며 한국 정치를 이끌어왔다. 운동권 출신으로 독재에 항거하며 조국의 나아갈 길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영국 유학을 통해 이같은 고민을 체계화 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그가 지난해 10월 정치복귀를 선언하며 내세운 명분은 '제7공화국'이었다. 개헌을 통한 정치와 경제 구조 대개혁이 그의 주장이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이번 대선정국의 시대정신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 역시 '패권주의 청산' 즉, 정치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당제 구도를 통해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를 깨고 협치의 정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5년전엔 18대 대선 도전을 선언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리겠다"고 외쳤다. 그의 대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이다. 그는 출마 선언 직후 저서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하는 것을 포기해야하는 이분법..(중략)..이 모든 것에 반대하는 가치가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구호임에도 문학성까지 겸비해 유권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 슬로건의 '저작권'을 놓고 이견이 있을 정도다.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패배하며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여전히 손 의장을 대표하는 슬로건이다. 


그가 선도했던 또 다른 정치 슬로건은 '보편적 복지'다. 그가 2008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칩거에 들어갔다가 2010년 정계에 복귀하며 발표한 '춘천 선언'의 핵심 키워드다. 손 의장은 MB정권 하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다. 제도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만만치 않은 반발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당 대표 취임 후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이른바 '무상복지 시리즈'를 추진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결국 낙마하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표공약 '기본소득'의 뿌리 역시 보편적 복지다. 7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다. 


손 의장이 신한국당 소속이었던 2000년 내놓은 '진보적 자유주의' 은 한나라당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 영국 노동당이 표방했던 '제3의길' 노선에 입각해 이같은 노선을 주장하며 "민주주의와 복지라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되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경쟁 체제를 적극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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