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권리' 취지 사라진 '국감 사각지대'…그들은 누구 그리고 왜

[the300][런치리포트-'알권리'에 눈감은 '비공개국감']①올해 비공개 국감 6곳

김민우 김태은 백지수 기자 l 2017.10.20 04:10


국회의 국정감사는 정부부처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정부투자기관 등도 감사 대상이 된다.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는 의미다. 국감을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는 것도 국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국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일부 정부부처와 국가기관통신사, 공영방송 등이 '비공개 국감'으로 국감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가 제출한 국감 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실시되는 국감 중 비공개로 진행되는 기관은 총 6곳이다. 다음달 1일 국가정보원, 2일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3일 국군사이버사령부에 대한 비공개 국감이 예정돼있다.  이들 기관에 대한 국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의해 실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회법 54조 2항 정보위원회 특례에 따라 국감 비공개가 아예 법에 의해 규정된 곳들이다. 국가기밀을 다룬다는 기관 특수성과 평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정보위 운영 방침을 고려한 결과다. 이중 경찰청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공개 국감을 한 차례 치렀다.

 

정보위 소관 기관 외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곳은 연합뉴스와 문화방송(MBC) 등 두 언론사다. 각각 오는 20일과 26~27일 예정된 이들 기관에 대한 국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과학방송기술위원회가 진행한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국가기간통신사로 연간 350억원 규모의 정부부처 구독료를 지원받는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 출자자인 공영방송이어서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에 의거해 국감 대상이 된다.

 

교문위와 과방위 국감은 비공개 규정이 없다. 다만 민간 기업의 기업 정보가 국감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명분 하에 비공개 관행이 자리잡았다. 특히 국감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증인 신청이나 자료 요청 등에 응할 필요없이 ‘업무보고’로만 국감을 마친다. 이들 기관들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지만 비공개 국감이 되다보니 국민들의 궁금증이 풀리기 쉽지 않다.

 

국정원과 기무사령부, 사이버사령부는 전임 정부의 '댓글 공작'과 불법 사찰, 인사 전횡 등에 대한 의혹으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C와 연합뉴스는 공정보도와 관련해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을 빚고 있고 최근 몇몇 오보를 두고 공영방송과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역할에 대해 여론의 반향이 매우 커진 상태다.

 

국민을 대신해 이를 꼼꼼히 짚어줘야 할 국회가 '비공개' 형식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국감을 치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피감기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서다. 

 

정보위 소관 피감기관의 특수성은 인정할 부분이 있지만 정보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 소관의 피감기관의 경우 다른 언론사나 민간 기업과의 형평성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방위 소관의 KBS와 EBS의 경우에는 국감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에 맞는 사업 적정성 등을 공개 검증을 받는다. 또 일반 사기업들도 대표이사의 국감 증인 채택 등을 통해 경영상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알리도록 돼 있다. 

 

비공개 국감을 치르게 되는 상임위의 한 야당 간사는 "민간 기업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이 수백억 단위로 지원되는 곳을 민간 기업이라고만 취급할 수 있겠느냐"며 "국고 지원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고 국회 국감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교문위가 국감 계획서를 의결할 당시에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 비공개 업무보고 관련 "국고 지원은 받으면서 감사는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제도적 개선을 하든지 뭔가 개선책을 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당 노웅래 의원도 "공기업 형태가 아니라 사기업 형태라 하더라도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면 지금의 비공개 업무보고식의 국정 감사 형태는 문제가 있다"며 "적어도 정치권과 언론이 이제는 독립하고 공정하게 간다면 국정감사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아주 적절한 문제 제기"라며 "일단 관련 법률을 검토한 다음에 나중에 여러 위원님들의 고견을 들어 최종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에 대해서도 과방위 여야 간사를 중심으로 "경영진 문제는 물론 부동산 등 제법 물어볼 문제들이 많다"면서 현재 형식을 통해 제대로 된 국감이 가능할 지 제대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비공개 형식으로 치러질 경우 국회의원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형식적으로 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이들 비공개 국감들은 오후 8시에 개의하거나 국감 공식 일정 이후에 열리는 등 사실상 밀도있는 국감이 어려운 일정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와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에 대해서는 아예 질의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교문위 소속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업무보고를 듣고 질의하고 싶은 의원들이 몇 가지 물어본 후 바로 마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비공개 업무보고 직전에 진행되는 기관 국감의 진행 상황에 따라 예정된 시간보다 더 늦게 열릴 수도 있어서 사실상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표시만 내고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