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넘사벽' 되나…폭등 뒤 '4 기둥'

[the300] [MT리포트-'넘사벽' 강남집값]①'공급부족·학군·유동성·외국인'

김지훈 기자 l 2018.01.22 04:00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이 '넘사벽'(넘을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돼 가고 있다. 대출 조이기, 세금폭탄, 단속 강화 등 정부가 아무리 규제책을 내놓아도 강남 집값은 이를 비웃듯 저만큼 달아나고 있다.

지난해 정부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잠시 주춤했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다시 큰 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53%가 상승한 것으로 부동산114에 의해 조사됐는데,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더 컸다. 한 주간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송파(1.47%)였고, 서초(0.81%)와 강남(0.59%)도 평균을 웃돌았다.

만성적인 공급부족,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부모의 열정과 넘치는 유동성이 강남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매수까지 겹치면서 강남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는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3구 소재 '외국인 소유 토지'의 총 면적은 전년 대비 13.8% 증가한 총 84만8571㎡로 집계됐다. 외국인 소유 토지란 소유자가 외국인(교포 포함)인 일반 토지와 건물의 대지지분을 말한다.

서초구(50만1503㎡)가 전년대비 24.1%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송파구(8만1202㎡)와 강남구(26만5866㎡)도 각각 6.7%, 0.2% 증가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 증가는)지난해 외국인들의 아파트 거래 계약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3구에선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교포가 집을 사거나 증여받는 사례, 외국인이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경우도 종종 목격됐다. 특히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들이 주택 매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최근에는 베트남인들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나라는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부동산 소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하이와 호치민 아파트 임대권은 3.3㎡당 가격이 5000만원~2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강남은 매매와 상속 등이 자유롭고, 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금도 적게 든다. 정치 상황 변화에 대비한 투자처로도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베트남인들의 강남 투자는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남구 A중개소 대표는 "최근에는 사드(THAAD) 갈등 여파로 다소 주춤하지만, 임대목적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가격상승의 배경이다.지난해 정부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 신설로 거래가 막혔고,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재건축사업 속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강남3구에서 이주 및 철거에 따른 주택 부족분은 약 1만7350가구로 추산된다.

강남구는 개포주공 4단지(2840가구)를 비롯해 약 1만가구가 멸실되지만, 입주는 1260여가구에 불과하다. 서초구는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1074가구를 포함해 약 1만2240가구가 이주·철거에 나서지만 입주물량은 3720가구가량이다. 송파구는 멸실(약 2850가구)보다 입주(약 1만540가구)가 많지만, 인근 강동구에서 입주 없이 약 7780가구가 멸실된다.

교육부가 2019학년도(올해 입시 시행)부터 자율형사립고등학교 및 외국어고등학교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기로 해 학군 수요도 크게 늘었다. 자사고·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정원 미달 학교에 임의배정 받게 되면서, 자녀를 우수 일반고에 보내기 위해 강남 거주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시중유동자금과 토지보상금 등이 유입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이 넘지만 부유층 등의 여유자금도 1000조원에 이른다. 토지보상금은 지난해 약 19조원에 이어 올해도 약 16조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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