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연내 서울행' 결정 못하나…北 매파 입김 여전

[the300]경호 문제 내부 설득 못한듯…의제 이견차면 향후 협상 난항

최경민 기자 l 2018.12.09 18:20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09.19.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두로 약속했던 '연내 서울행'의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측 내부적으로 '매파'의 저항에 맞닥뜨린 결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서울 남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라도 성사될 경우 비핵화 협상 동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이 9일까지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확답을 주지 못한 이유로는 우선 경호 문제가 꼽힌다.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 본인 역시 "태극기 부대를 알고 있다"고 했던 것을 고려할 때, 북측도 김 위원장이 서울에 갔을 때 극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을 계산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일종의 봉변이나 돌발상황을 서울에서 당할 경우 그 타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에 갔을 때 일방적인 환대를 받은 것에 비해 못한 모습이 연출되면, 그 역시 김 위원장의 위상에 흠집이 가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제 김 위원장이 답방을 결정할 때 내부의 무수한 반대를 뚫고 결정한 측면이 있다"며 "서울에서 김 위원장이 작은 봉변이라도 당할 경우 발생할 책임을 고려했을 때 북측 내부에서도 '연내에 서울에 가야 한다'고 총대를 멜 사람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북측은 경호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는데, 관련 협의를 연내에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것이다. 보통 남북 정상회담은 고위급 회담과 실무접촉을 거치는 방식으로 한두 달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이를 10~20일 정도의 기간으로 압축해 추진하려면 아무래도 밀도있는 경호 대응을 할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연내 서울 답방에 응한다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마련해 놓은 선(先) 남북 정상회담-후(後)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는 격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북측이 그동안 원해왔던 '일부 제재완화'가 협상 의제에서 빠진 상태였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제재완화를 논할 타이밍이 아니며, 타임테이블 교환이 이번 테이블의 주요 의제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바 있다.

만약 의제와 관련해 남북 간 조율이 되지 않았다면 북측이 "빈손 답방은 없다"고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경우 향후 김 위원장의 협상 테이블 참석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한미가 보낸 초청장을 사실상 거부하고, 새롭게 테이블을 꾸리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북한 내 '매파'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경호 문제의 경우 약식으로라도 합의했다면, 남북이 상호 신뢰하는 모습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약식 과정을 거쳐서라도 연내에 서울에 오게 된다면 문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의제에서 이견이 있었다면 김 위원장이 협상에 미온적인 내부 강경파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의 모습에는 타격일 수밖에 없다.

다만 청와대는 연일 "답방을 통한 비핵화 협상 자체가 중요하지, 시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내년 초라도 김 위원장이 서울에 와 협상 의지를 보여주기만 하면, 향후 제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연내 답방'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구두로 합의한 내용이지만, 평양공동선언에는 '조속한 시기'라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G20(주요20개국) 순방 당시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시점으로) '연말'이나 '연초' 두 가지를 말했다"고 밝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