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다낭…'관광' 꿈꾸는 김정은에게 매력적인 베트남

[the300][런치리포트-6월의 북미, 2월의 북미] 베트남 개최 확실시…'참매1호' 비행거리 고려

최경민 기자 l 2019.01.21 20:00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11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시내를 참관했다고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마리나 베이 샌즈, 스카이 파크 공원 등을 둘러봤다. 2018.06.1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6월11일 늦은 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하루 앞두고 야경 투어를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을 보기 위해 싱가포르 시민들, 한국인 관광객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이 엄청난 몸싸움을 했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김 위원장은 이런 싱가포르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마리나베이의 화려한 야경, 자신을 향해 쏟아진 세계인들의 함성들, 그리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던 자신. 비핵화와 경제개발을 통한 정상국가 건설의 의지를 국제적으로 알릴 이벤트를 준비할 게 유력하다.

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와 다낭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취지에 모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산주의 체제 유지 속에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발전의 꿈을 키워나가는 베트남의 비전은 김 위원장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경우 김 위원장은 지난해 처럼 야경 투어에 나설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쌍용건설이 만든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찾았듯, 하노이 롯데센터의 탑오브하노이를 방문해 야경을 관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낭 역시 김 위원장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넓은 해변을 끼고 있는 다낭은 김 위원장의 고향인 원산 갈마지구와 닮았다. 원산 갈마지구는 김 위원장이 관광산업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이기도 하다. 다낭 용다리의 야경을 보면서, 자신의 고향 해변을 관광특구로 개발시킬 꿈을 꿀 수 있다.  

실제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가 관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광업은 스위스 유학파 출신인 김 위원장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산업이다. 낙후된 북측의 인프라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엄격히 말하면 관광업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기에, 북미 간 해빙기가 오면 가장 빨리 활성화될 분야이기도 하다.

하노이냐 다낭이냐 정도만 남았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은 확실시된다. 하노이 개최, 다낭 개최, 혹은 하노이와 다낭을 오가며 개최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미 북미가 잠정적으로 개최 장소를 정해 놓고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베트남 낙점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가 큰 이유로 작용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까지 가는 것에 대해 이견이 상당했다고 한다. 낙후된 북한의 경제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타서라도 싱가포르까지 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끌려 간다는 인상까지 줬다.

이같은 분위기와 평가를 반영하듯, 북측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참매1호'의 비행 범위에 있는 장소에서의 회담 개최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참매1호'의 비행 범위는 약 3000마일(약 4828㎞) 정도로 파악된다. 싱가포르(한반도에서 약 4700㎞) 보다 가까운 거리의 아시아 국가에서의 회담 개최를 북측이 요청했고, 미국이 이를 받았다.

한국·중국·일본이 북미 양측에 각자의 이유로 부담인 가운데, 베트남이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비행 범위와 인프라, 그리고 북한 대사관이 있는 장소 등을 따졌다. 이번에는 '참매1호'를 타고 트럼프 대통령과 핵담판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싱가포르=AP/뉴시스】지난해 6월1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이 싱가포르로부터 영접을 받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부위원장의 모습이 김정은 위원장 뒷편으로 보인다. 2018.6.1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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