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비서실장이 꼽은 '금배지'보다 더 소중한 경험

[the300][인터뷰]국내 최초 '연정부지사' 경험한 이기우 신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재원 기자 l 2019.07.08 06:02

이기우 신임 국회의장 비서실장/사진=국회



임명된 지 일주일 째. 문희상 국회의장 2기 참모진의 진두지휘를 맡게 된 이기우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사무실은 차분했다. 종종 그를 찾는 국회 관계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것 말고는 업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난을 비롯한 축하 화환들이 없었다면, 그가 승진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문 의장은 지난 1일 인사에서 국회 대변인을 제외하고는 비서실장,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내부 승진'으로 채웠다. 이 비서실장도 일주일 전까진 문 의장의 정무수석비서관이었다가 박수현 전 비서실장의 자리를 채우게 됐다. 그만큼 이 비서실장이 '믿을맨'(믿을 만 한 사람)이라는 평가다.

문 의장의 의중을 이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그는 "국회 혁신 등 정치개혁 과제들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연속성을 갖고 차분하게 진행했으면 하시더라"며 "타이밍을 놓치면 본회의 한 번 열기 힘든 국회 특성상, (국회)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을 임명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을 지낸 '내부자' 중 하나이다. 18대 총선에선 2800여 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 국회 본청에 자리한 기분을 물으니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웃었다. 당시 국회에 함께 들어왔던 조정식, 안민석, 김진표 의원 등은 어느덧 4선 의원이 됐다.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낙선한 덕에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8대 총선 이후 이 비서실장의 행보는 다채롭다. 다시 당에서 임무를 맡기도 하고(당대표 비서실장), 교단에 서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통합부지사' 경력이다. 이른바 '연정 부지사'다. 행정가로 변신하는 정치인들은 많지만, 연정을 체험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2014년 5월 지방선거에서 야당 인사의 부지사 등용을 공약했고, 당선 후 사회통합부지사를 신설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총 8명의 후보가 경쟁한 끝에 이 비서실장이 부지사로 낙점됐다. 그해 12월 임명된 이 비서실장은 보건복지국과 여성국, 환경국 등 3개국을 맡아 도정에 참여했다.

이 비서실장이 가장 크게 활약했던 때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다. 전국 186명 확진자 중 70명이 경기도민일 정도로 피해가 컸다. 복지국을 맡은 이 비서실장은 도민들에게 신속히 정보를 공개해 안심시켰다. 민관 협력체 구축을 통한 대응에도 나서 호평을 받았다.

성공적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실험을 마친 이 비서실장은 갈등과 파행으로 가득한 지금의 국회를 어떻게 진단할까. 그는 "당시 남 지사의 연정 제안은 상생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며 "국회로 대표되는 중앙정치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봤다. 약간의 권력을 나누고 이해관계를 양보하는 것에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비서실장은 연정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연정은 당을 통합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정치 속에서, 이를 함께 할 당이 모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각 당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서로 신뢰가 생기지 않아 연일 협상이 파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0대 국회가 문을 닫기까지도 앞으로 11개월. 이 비서실장의 목표는 문 의장이 꿈꾸는 정치개혁의 달성이다. 자신의 경험이 정치개혁의 과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비서실장은 "그러기 위해 다시 국회로 돌아온 것이기도 하다"며 "의원직을 두 번, 세 번 해도 못해볼 경험을 한 만큼 입법기관의 과감한 혁신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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