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전자담배의 출현…'과세' 어떻게?

[the300][런치리포트-전자담배세]일반담배, 궐련형담배, 액상형담배 '과세 형평성' 논란

조철희 기자 l 2019.09.18 04:01



2017년 여름 아이코스(IQOS)의 국내 출시 이후 흡연가들 사이에서 폭발했던 전자담배의 인기가 최근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등장과 함께 또 다시 확산됐다.

아이코스 열풍 당시 국민건강 우려 여론과 일반 담배와의 과세형평성 논란에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이 인상된데 이어 이번에는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기류의 정치권에선 액상형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유사담배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섰고, 정부도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 개선을 검토 중이다.

①아이코스처럼 쥴도 세금 오를까?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형평성 논란

◇전자담배 인기 지속…과세 논란도 여전=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담배 판매량이 0.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에서 모든 유형의 전자담배 판매 점유율은 △2017년 2.2%, △2018년 9.6%, △2019년 상반기 12%로 급성장 중이다. 

쥴과 같은 폐쇄형(CSV·Close System Vaporizer) 방식의 신종 전자담배는 올해 2분기부터 통계가 작성돼 판매 점유율이 0.7%를 기록했다. 쥴은 이미 미국에서 출시 2년만에 전자담배 점유율 70%를 넘겼다.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높아지자 국회는 그해 11월 본회의에서 전자담배 스틱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126원에서 529원으로 인상하고,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부가가치세·폐기물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이 포함된 세금도 1739원에서 2986원으로 인상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자담배에 대한 규정은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시행령에 있다. 니코틴이 포함된 용액, 연초, 연초고형물을 전자장치를 이용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입함으로써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담배를 전자담배로 규정했다. 연초나 연초고형물을 사용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모두 과세대상이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국세로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가 있고, 지방세로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가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부담금, 폐기물부담금, 연초생산안정화기금부담금도 부과된다.

다만 현재 담배에 대한 제세부담금은 담배의 유형에 따라 상이하다. 특히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인정되지만 쥴 0.7ml 기준으로 할 때 제세부담금 합계가 일반 담배의 약 50% 수준, 궐련형 전자담배의 약 56%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낮다. 


◇"쥴도 과세형평성 맞춰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존 1ml당 525원에서 1201.4원으로 인상했다.

김 의원은 일반 담배 20개비에 부과되는 부담금은 841원인데 비해 액상형 전자담배 쥴 0.7ml에 부과되는 부담금은 368원으로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순례 안'은 20개비당 750원인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841원으로 인상했다. 전자담배는 물론 신종 담배에 대한 부담금을 산정하는 경우에도 일반 궐련 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정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간편한 사용성을 특징으로 하는 쥴 등의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데 같은 담배 제품에 세금을 달리 매기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현행 과세 체계에서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많이 팔릴수록 건강증진기금이 급감한다고 전망했다. 건강증진기금은 정부가 국민건강관리 사업, 암치료 사업, 금연교육 등에 활용하며 담배세를 주요 재원으로 한다.

김 의원은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10%가 되면 건강증진기금은 2조6982억원으로 급감하고, 점유율이 10%p(포인트) 늘 때마다 기금은 약 2000억원씩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건강증진기금의 총액은 2조8924억원이다.

김 의원은 사실상 흡연율은 늘거나 변동이 없는데 건강증진기금만 줄어드는 기형적인 현상이라며 정부가 담뱃세 부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과세 개선 논의 중엔 액상형 전자담배에 니코틴의 농도(㎎/㎖)를 과세 기준으로 추가하자는 의견이 있다. 현행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도와 관계없이 용량 기준으로 과세하는데 이같은 과세 구조를 악용해 고농도의 니코틴 용액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소수 의견이지만 담배세 자체를 인하하자는 주장도 있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 담배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를 2015년 담배가격 인상 이전 수준으로 낮추고,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기금부담금을 인하하는 동시에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담배세 인상 목적인 흡연 감소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담배세수만 크게 늘어난 반면 서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담배·유사담배 대비책 시급=정치권에선 대체로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담배 규제 강화 기류가 강하다. 이현재·최연혜 자유한국당, 윤영일 무소속 의원 등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에는 내 액상형 전자담배 등에도 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주요 성분과 함유량을 포장용기에 표기하고, 최대함유량 기준 초과시 담배 제조·수입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최근 들어선 신종담배·유사담배 출현에 따라 담배사업법에 담배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연초의 잎 이외의 부분을 원료로 하거나 합성니코틴을 이용한 경우는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신종담배를 담배의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고, 법 목적도 '담배 산업의 건전한 발전 등'에서 '담배 산업에 대한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으로 변경해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규제를 효과적으로 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류영아 정치행정조사실 안전행정팀 입법조사관은 "앞으로도 전자담배는 기존의 일반 궐련을 빠르게 대체해 시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과세형평성·유해성·국민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과세체계 설정을 통해 담배세에 대한 수용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전자담배, 핀란드에선 '죄악세' 부과…"해외서도 과세논란, 韓이 더 체계적"
-미국은 일부 지역서 과세, 일본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

국내에서 전자담배는 2007년에 처음 판매됐지만 2015년 담배가격 인상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이후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흡연가들 사이에서 전자담배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해외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자담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해성 이슈와 함께 과세제도 논란이 있다. 현재 미국 일부 지역과 유럽 주요국, 일본 등에선 전자담배에 다양한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자담배 과세규정이 아직 없다. 주정부마다 다르고, 일부 지역에서 각각의 과세기준으로 전자담배에 소비세(excise tax)를 부과한다. 과세 지역은 확대되는 추세로 2019년 1월 기준 워싱턴DC, 캔자스 등 9개 주정부와 알래스카, 일리노이 등 3개주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과세방식은 지역마다 다른데 워싱턴, 미네소타, 캘리포니아는 종가세이고 루이지애나, 일리노이, 뉴저지 등은 종량세다. 세율도 종가세의 경우 도매가의 40%에서부터 96%까지 다양하고, 종량세도 ml당 0.05달러부터 0.1달러까지 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가 2014년부터 전자담배 과세를 실시했다. 액체 1ml에 해당하는 담배개비수를 추정해 과세한다. 액상 니코틴 외에 전자담배 기기에 대해서도 도매가의 58.5%를 과세한다. 핀란드는 니코틴과 니코틴이 없는 액체에 대해서도 1ml당 0.30유로를 부과한다. 10ml 액상당 3유로의 죄악세도 부과된다. 

영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연 보조제로 분류된다. 일반 궐련 담배에 부과되는 소비세가 없다. 일반 소비재로서 20%의 부가가치세만 부과된다. 가열식 전자담배는 우리와 달리 전자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 7월부터 '말아피는 담배'(Hand-Rolling Tobacco)와 동일하게 kg당 234.65파운드(약 35만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일본에선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돼 있다. 가열식 담배의 제조와 판매는 허용되는데 일반 궐련과 유사하게 담배세를 부과하한다. 1000개비당 총 담배세율(국세+지방세)은 1만3244엔(약 15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해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전자담배 제세공과금 제도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신종·유사 전자담배의 등장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규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우리 담배세는 종량세와 열거주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자담배의 출현에 따라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자담배에 한정해 종가세 체계를 도입하고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면 새로운 전자담배의 출현에 즉각적인 과세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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