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듯…원내대표로 만난 심재철과 이인영

[the300]운동권 선후배로 출발…둘의 행보를 가른건 YS와 DJ

김민우 기자 l 2019.12.09 15:47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전대협 초대 의장 시절(사진 왼쪽)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MBC 방송민주화 투쟁 시절(오른쪽)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내대표시절 '근로시간단축'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두 사람 모두 노동운동을 해본 공통의 경험이 소통을 원활하게 했고 서로 공감대를 갖게 했다.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앞두고 원내대표로 만난 심재철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과거가 주목받는 이유다. 두 원내대표의 청년시절의 행보는 유사하다. 그러나 정계 입문 후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운동권 선·후배 

심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이른바 '운동권'이다. 1958년생인 심 원내대표가 먼저 민주화 투쟁에 뛰어들어 학생운동의 토대를 다졌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유신반대 시위를 이끌던 심 의원은 1977년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해 77학번 동기인 유시민과 함께 80년대 학생운동의 문을 열었다. 

심 원내대표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맡아 신군부의 계엄령 해제를 요구했다. 그해 5월15일 서울대, 고려대 등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주도한 10만명 규모의 서울역 시위에서 이른바 '서울역 회군'을 주도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1964년생인 이 원내대표는 80년대 학생운동을 꽃피웠다. 1983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이 원내대표는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대통령선거 직선제 쟁취를 위한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그해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6.29선언'을 이끌어낸 뒤 대학 총학생회장들을 중심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결성, 1기 의장을 지냈다. 

◇언론인 vs 통일운동가
 

심 원내대표는 대학 졸업 후 동대문여중 영어교사를 거쳐 MBC 기자로 입사한다. 언론계에서도 언론자유화를 위해 투쟁했다. 심 원내대표는 1988년 입사 3년차에 MBC 노조 결성을 주도하고 초대 전임자를 지냈다. 1992년에는 방송민주화를 요구하는 MBC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등에서 활동하며 통일운동을 이어간다. 전대협 의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에도 전대협 동우회장을 맡는 등 운동권 맏형 노릇을 줄곧 해왔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9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12.09. photo@newsis.com


◇YS와 DJ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를 가른 것은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심 원내대표는 1995년 YS가 정계로 이끌었다. 1996년 총선에 출마해 한차례 낙선했으나 2000년 총선에서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서 당선된 후 내리 5선에 성공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2000년 총선을 앞두고 DJ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됐다. 이 원내대표도 한차례 낙선 한 뒤 2004년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8대 국회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뒤 19대 국회의원으로 다시 복귀에 성공한다.

◇변절자와 화석

두 사람은 정계입문 후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운동권 출신이 비교적 적은 자유한국당에서 심 원내대표는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이 영향 때문인지 심 원내대표는 운동권 선후배들로부터 '변절자'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철저하게 보수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운동권 출신의 진보 진영에서 대부분 대한민국 건국을 상해 임시정부에서 찾는 것과 달리 심 원내대표는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건국절'을 주장했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고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정계 입문 후에도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의 맏형 역할을 이어간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에 대거 입성한 '탄돌이'들을 비롯해 18대, 19대 총선을 거치며 86세대가 국회로 대거 유입되면서다. 이 원내대표는 '소신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과거 운동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화석화된 진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