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성적표' 2.0% 성장률인데도 與는 웃는다

[the300]

정현수 기자, 이해진 기자, 이지윤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20.01.22 10:46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은 22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소수 둘째자리까지 공개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따른 답변이었지만, 속보치를 발표하면서 소수 둘째자리까지 공개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그만큼 민감한 숫자가 나왔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졌을 때 더욱 묘한 숫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2.0%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은 통상 소수 첫째자리를 많이 쓴다. 반올림 등에 따라 0.1%포인트 정도가 왔다갔다 할 수 있다. 2.0%의 성장률은 그래서 애매하다. 1.96%였는데 2.0%로 발표했을 수도 있고, 2.04%였는데 2.0%로 발표했을 수도 있다.


1.9%와 2.0%의 성장률이 주는 파급력은 다르다. 2.0%의 성장률은 2009년(0.8%) 이후 역대 최저다. 2009년 이후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성장률이 1.9%를 기록했다면 극단적인 저성장을 나타내는 '1%대 성장률' 프레임에 갇힐 수 있었다.


그래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한국은행이 성장률의 소수 둘째자리를 공개하면서 오해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 지난해 성장률은 정확하게 2.01%다. 적어도 반올림되지 않은 2.0%의 성장률이다. 1%대냐 2%대냐를 떠나 나쁜 성적표는 분명하다. 야당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경제 실정을 공격할 포인트다. 


여당은 '선방'을 강조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도발 여파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선방"이라고 말했다.


만약 1.9%의 성장률이 나왔다면 여당 내부적으로 '선방'이라는 표현을 쓰기 힘들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언어로만 봤을 땐 2.0%의 성장률이 여당에 나쁘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재정 조기집행의 명분까지 얻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줄곧 재정 조기집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확장적 예산 편성과 맞물려 상반기에 돈을 집중적으로 풀어 경기활력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어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가 정치적으로 빛을 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앙재정의 62%를 조기집행할 예정이다. 지역에 풀린 돈은 민심으로 연결된다. 성장률이 발표된 이날 여당 공식 입장에서 '조기집행'이 여러차례 언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은 올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경제 활성화로 두고 예산의 신속하고 정확한 집행을 돕겠다"며 "민생경제의 효과가 현장에서 나타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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