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사퇴 거부" vs 안철수 "이해 어려워"…신당 창당?

[the300](종합)

박종진 기자, 강주헌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01.29 05:39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안 전 위원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계의 탈당·신당 창당을 우려한 당권파가 손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의 동반 2선 후퇴를 제안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해법을 찾을지 불투명하다. 

손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위원장이 전날) 많은 기자들을 불러놓고 제게 물러나라고 일방적 통보를 했다"며 "개인회사 오너(주인)가 CEO(최고경영자)를 해고 통보하듯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창당했으니 내 당이다 이런 생각을 만약에 한다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전날 안 전 위원장이) 본론을 말하는 것은 약 2~3분에 지나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안 전 위원장은 전날 귀국 후 처음으로 손 대표를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 안 전 위원장은 이날 낮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뒤 "저는 (전날) 2가지를 이야기했다"며 "손 대표께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만들고 (저에게) 맡겨주시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저의 제안은 전 당원 투표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안 전 위원장은 "전 당원 투표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뽑을 수도 있고 또는 아주 작은 전당대회를 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손 대표께서 의지가 있다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묻고 탄탄한 리더십을 갖고 이번 선거를 지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지 않겠다면 전 당원 투표를 해서 손 대표의 재신임을 묻자는 얘기다. 안 전 위원장은 오찬 회동에서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신당을 창당할 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너진 사법정의를 논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그러나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안 전 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위원장은 손 대표의 사퇴 거부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제안은 손 대표께서 지금까지 공언했던 내용"이라며 "당이 위기 상황이어서 초심으로 돌아가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제안에 왜 당대표가 회피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손 대표는 "제가 기대했던 것은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힘 합칠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저의 퇴진을 말하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위원장은 자기가 맡겠다 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 유승민계 등이 나를 내쫓으려고 전당대회, 전 당원투표 이런 말들을 했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해 말 안 전 위원장이 귀국하면 "모든 권한을 넘기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는 "물러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전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안 전 위원장에게) 당을 위해, 총선 승리를 위해 최대한 권한을 주겠다 그 말이었다"고 밝혔다.

재신임 등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당권 투쟁을 위해서 '손학규 나가라' 그 수단으로 전 당원투표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위원장이 결국 신당 창당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에는 "(안 전 위원장은) 이 당 당원이고 그 책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그러면 당에서 요구하는 바를 검토하고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1.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 대표가 사퇴 거부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안철수계는 신당 창당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이동섭·이태규·신용현 의원)이다. 

다만 탈당하면 현역의원은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 1명으로 줄어든다. 나머지는 비례대표 의원들이라 제명 등이 아닌 일반적 탈당 절차를 밟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 때문에 안 전 위원장이 실제 신당 창당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 전 위원장은 조만간 손 대표의 사퇴 거부에 따른 본인의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권파 의원 9명(김관영·김동철·김성식·박주선·이찬열·임재훈·주승용·채이배·최도자 의원)도 논의를 거쳐 안철수계와 함께 행동할지 등을 결정한다.

당권파 중진 의원들은 최대한 분당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주승용 의원은 이날 오찬 회동 이후 기자들에게 "손 대표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손 대표도 아마 그런 데까지는 생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중진을 포함해서 의원들이 모여서 손 대표도 만나고 안 대표(안 전 위원장)도 만나서 시간은 없지만 아주 극단의 상황으로 가는 결과는 막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철 의원이 '손 대표 물러나고 안 대표가 비대위원장 맡지 마시고, 외부 통합세력을 영입해서 외연을 확대하자'는 개인 의견도 제시했는데 안 대표의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비슷한 제안을 당권파 의원들이 손 대표에게도 전했으나 손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 등 당권파 중진들은 이날 오후 손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손 대표를 만나 '결단'(사퇴)을 요구하고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주 의원은 기자들에게 중재노력이 비관적이라는 점에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노력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와 안 전 위원장 양쪽을 중재하는데 실패하면 호남계 의원 4명(주승용, 김동철, 박주선, 김관영 의원)은 공동행보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정치세력과 힘을 합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주 의원은 "당이 분열되는 것에는 이쪽도 저쪽도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이 쪼개지면 손 대표와 함께 남지도, 안철수계와 함께 신당을 만들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