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끝내 본선행 '좌절'...3번의 결선, '1%의 희망' 향한 도전

[the300] 당내 중도층 이탈 우려…"영향 제한적" 관측도

오문영 l 2024.03.19 18:43
(김해=뉴스1) 윤일지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경남 김해 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된 서울 강북을 지역구 후보 자리를 놓고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와 경선 중이다. 2024.3.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재선)의 4·10 총선 본선행이 끝내 좌절됐다.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까지 치렀다가 패배했던 박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번 경선 기회를 잡았으나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대한 30% 감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신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민주당 서울 강북을 경선이 '비명(비이재명) 횡사' 논란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비명계 대표인사인데다 그간의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을 둘러싼 소음이 끊이질 않았던 탓이다. 이에 박 의원의 탈락이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전체 당원의 26.31%가 투표를 했고, 그 결과 1등은 조수진 후보"라며 "상당한 정도의 득표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북을은 정봉주 전 의원이 박 의원과 결선을 치러 공천받았던 지역이다. 그러나 막말 논란으로 정 전 의원 공천이 취소됐고, 당 지도부는 이 지역에서 박 의원과 조 이사 간 양자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각 후보의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박 의원에게 적용된 감산 페널티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차 3인 경선과 2차 결선에 이어 이번에도 득표율 30% 감산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임했다. 박 의원은 경선 전 현역 평가 하위 10%에 포함됨에 따른 감산 규칙이 전략경선에도 적용되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조 이사는 25%의 여성·신인 가점을 받았다.

박 의원은 경선 패배 뒤 입장문을 통해 "지난 한달 동안 가끔 나 몰래 '트루먼쇼'를 찍고 있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오늘 영화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며 "이 드라마의 결론이 최종회가 아니라 보다 정의로운 내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약속드린 1%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강북을 경선은 민주당 공천 파동의 마지막 뇌관이자 비명 횡사 논란의 정점으로 불렸다. 앞서 감산 페널티를 받는 하위 10~20% 통보받았음을 스스로 밝혔거나 알려진 비명계 의원들은 경선 단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김영주 의원은 경선 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향했고, 박영순·설훈·홍영표 의원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입당했다.

박 의원도 당초 경선에서 정 전 의원을 상대로 패했지만, 정 전 의원 공천이 취소되면서 기회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경선 차점자였던 박 의원에게 공천을 승계하지 않고, 추가 공모를 통한 전략 경선 방식을 채택하면서 논란이 남았다. 이를 두고 김부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경선 규칙을 국민참여경선이 아닌 '권리당원 100%'('전국 권리당원 투표 70%·지역 권리당원 투표 30% 합산)로 정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권리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입김을 키워 비명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도 "강북을 선거구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전국당원들이 투표권자로 나서야 할 근거를 듣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당내에서는 박 의원 탈락이 자칫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정 전 의원 공천이 취소됐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박 의원 공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던 배경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박 의원이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인지도도 높기 때문에 '좀 너무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본선이 가까워졌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공천 막바지에 잡음이 나오면서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조 이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보좌관 등을 지냈다. 노무현재단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와 '알릴레오 북스'의 진행자로도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조 이사는 이번 전략 경선 승리로 총선 본선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낸 국민의힘의 박진웅 후보와 맞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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