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이 결단으로?…'윤-한 갈등' 출구 찾는다

[the300]

박종진, 안채원 l 2024.03.19 18:57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전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에 이른바 '윤한갈등'이 또 한 번 불거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추가 충돌보다는 출구 마련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총선을 불과 20여일 남긴 상황에서 양측 모두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대통령실로서는 총선 승리가 누구보다 절박하다. 당 역시 일련의 논란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이 없으면 그만큼 선거가 힘들어진다.

1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17일 오후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 황상무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부각된 당정 갈등 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여권 내에서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

우선 당 안팎에서 문제가 제기된 비례대표 명단 재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비례 공천 조정 가능성 등에 "고려할 부분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겠다"고 한 데 이어 오후에 당선권이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의 공천 취소가 전격 발표됐다.

전날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나오자 호남권 배제와 당에 헌신한 이들이 빠졌다며 비판했던 '친윤'(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은 이와 관련 "오늘 바뀐 게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날 공천 취소를 시작으로 비례대표 명단이 조정되는 게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황상무 수석의 사퇴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이종섭 대사 문제 역시 자발적으로 일시 귀국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소환을 스스로 촉구하는 등 여러 해법이 거론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결단의 문제가 남았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윤한갈등'이 공천 때문에 빚어진 것이란 시각은 경계한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정이 원팀으로 부당한 공세에 맞서야 하는데 당에서 야권의 프레임으로 오히려 압박하는 것에 대통령실의 불편함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여러 차례 정당한 인사라고 반박한 '이종섭 논란'이나 앞서 '불법촬영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한 김건희 여사 사건을 당에서 꺼내들었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당사에서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순번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3.18.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결국 민심이 관건이다. 당에서 대통령실과 충돌을 각오하고 나선 건 최근 각종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오는 지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나 충청은 물론 PK(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열세인 지역이 상당하다. 부정적 요소는 무엇이라도 제거해야 하는 판국이다.

선거국면에서는 대통령실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점도 작용한다. 당에 불만이 있더라도 개입할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선거에 패배하면 대통령실이 직격탄을 맞는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그 충격은 더 크다. 억울한 점이 있어도 당과 충돌을 지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면한 갈등 요소들을 해결한다고 해도 위기 돌파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선거전략에 밝은 정계 한 인사는 "지금 여당에 절실한 것은 이종섭 대사나 황상무 수석의 거취를 놓고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것보다 큰 틀의 전략을 재점검하는 것"이라며 "반이재명, 반운동권의 구호가 아닌 집권 여당으로서 비전을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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