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法, 관피아法, 유병언法, 김영란法···통과될까?

[the300]

지영호 기자 l 2014.06.08 09:55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정부조직법, 관피아법, 유병언법, 김영란법···.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주요 법안들의 약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 법안들의 통과를 공식 요청한 뒤에도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여러차례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계획과 법안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 등을 들어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원안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월호 정국을 타계할 이른바 '박근혜 4대 법안'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와 쟁점을 정리했다.

◇정부조직법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청와대는 국무총리 소속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신설하고 안전행정부를 행정자치부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지난달 29일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제청이 해체되고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도 신설된다.

 

대통령이 함께 요구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도 정부조직법의 패키지다. 긴급구조시 소방서장에게 군경 지휘권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야당은 세월호 참사가 아직 수습되지 않았고 사고 원인과 책임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급하게 정부조직을 개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5월19일 대통령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것과 달리 안행부에서 조직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부실한 사고 대응으로 문책론이 일고 있는 안행부에선 내부전산망을 통해 ‘보직’과 ‘승진’ 관련 글이 이어지는 등 국민적 비난을 외면하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어 비난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흘러나온다. 국가안전처의 역할과 해경 해체 등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과 당·정·청 사이에 아무런 협의 없이 나온 법안이어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위가 격하된 지방직 소방공무원이 국가직 경찰서장과 군부대를 지휘한다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도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일선에서 현장을 지켜온 소방방제청 폐지를 두고도 반대여론이 거세다. 현재 소방방제청의 역할이 이관될 국가안전처가 ‘골든 타임’을 놓친 세월호처럼 재난 현장의 대응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소방 해체를 막아달라’는 청원 운동 서명자는 1주일 만에 6만6000명을 넘어섰다.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2014.6.2/뉴스1

◇관피아법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은 흔히 ‘관피아법’으로 불린다. 직무관련 제한범위 판단기준을 소속부서에서 소속기관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취업제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취업심사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문제는 의지다. 3일 관피아 방지법을 준비 중인 안전행정부는 부처업무에서 기관업무로 확장하겠다는 내용을 입법 준비하면서 국장 출신 관료의 포스코 취업을 승인하는 2중 행태를 보여 논란이 됐다. 지금까지 적발 실적도 거의 없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도 받지 않고 각종 협회 등에 취업했다 적발됐지만 처벌을 받은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이 역시 모두 과태료 처분이다.

야당은 반쪽개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선급처럼 정부 업무를 위탁받은 비영리단체는 여전히 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2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직무관련성있는 기업에 2년간 취업을 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물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 정부안은 2년을 3년으로 늘리는 대신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업무로 국한시켰다.

 

또 퇴임 후 취업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관행에 비해 부과되는 벌금도 터무니없다. 지금까지 처해진 벌금 최고액은 400만원이 고작이다. 처벌 강화에 목소리가 실리는 이유다.

(진도=뉴스1) 이광호 기자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진도를 방문한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매표소에 유병언 부자의 수

◇유병언법


‘유병언법’으로 불리는 범죄수익 은닉환수에 대한 법률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6월 통과된 ‘전두환법’(공무원 범죄에 대한 몰수 특례법)과 같은 해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우중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두환법은 공무원이 대상이다. 공무원이 범죄로 얻은 재산을 몰수·추징하는 법안이다. 김우중법은 몰수 범위를 민간인까지 확대시켰다. 재산 몰수 등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재산을 은닉했더라도 몰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유병언법은 김우중법에서 한발 더 나간다. 설령 범죄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라는 점을 모르더라도 제3자의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재산권을 침해하고 위헌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산 몰수가 자칫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 취지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 김우중법도 통과되지 못한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 있는 이종걸, 김관영, 김동완 의원의 국세징수법이나 금융실명제법도 유병언 전 회장의 은닉재산 환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때문에 제3자까지 확대하는 유병언법을 통과시키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김영란법


월호 참사 이후 국회 내 가장 뜨거운 법안으로 떠오른 ‘김영란법’은 논의 초기와 달리 갖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김영란법의 본래 명칭인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원안대로라면 약 1800만명이 대상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100일 기념으로 여자친구에게 반지를 선물하더라도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면사무소에 근무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사립유치원 교사인 언니가 있어도, 지방 연구소 직원인 오빠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직무관련성 포함 여부가 쟁점이다. 정부안은 모호한 기준을 이유로 직무관련성을 포함시키지 말자는 의견이고 야당안은 정부안이 당초 취지에서 후퇴된 내용이라며 직무관련성을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과거 ‘스폰서 검사’ 사례처럼 직무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로 판결나는 현상이 되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모두 ‘원안 통과’로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실천 가능한 범위로 수정하자’는 기류도 있어 정부안을 원하는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할 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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