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 바자회→朴 탄핵·與 침묵, 대선승리 4주년 격세지감

[the300]세월호·비선실세 논란 2년차부터 자축 못해 …4년차 올해 여권 붕괴위기

김성휘 기자 l 2016.12.19 16:32
2013년 12월 18일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사랑의 바자회를 열었다.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최고위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이 낸 그릇을 보며 웃고 있다. 2013.12.18./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마친뒤 굳은표정을 짓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담화는 이번이 세번째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2016.11.29/뉴스1

#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2013년 12월18일. 국회 경내에서 새누리당이 바자회를 열었다. 대선 1주년은 '축제'였다. 날은 추웠지만 분위기는 훈훈했다.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박 대통령도 도자기 한 점을 바자회에 내놓았다. 직접 사용하던 것이라고 했다. 이 그릇은 최종가격 400만원으로 한 중진의원에게 낙찰됐다. 주인공은 바로 김무성 의원. 김 의원은 다음해인 2014년 여름 전당대회에 출마, 친박계 서청원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가 됐다.

1년 전 승리를 기뻐하는 웃음과 남은 임기에 대한 기대감이 떠나지 않던 그날 바자회는 집권 후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처지가 얼마나 극적으로 달라졌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당선 기념일은 첫해인 2013년을 제외하곤 늘 위기의 연속이었다. 들뜬 분위기 속에 기념일을 보낸 새누리당도 2014, 2015년 이어진 악재 속에 전 당원이 봉사활동으로 기념식을 대체하는 등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2016년은 더 내려갈 곳도 없는 바닥을 치고 있다. 유례없는 민간인 국정농단 파문 속에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돼 청와대에 사실상 몸이 묶였고, 당은 해체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정현 "자랑스런 불통" 1주년 vs 세월호·비선실세에 침묵한 2주년

1주년이던 2013년, 야당은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50% 안팎으로 나오자 시청률은 높지만 욕을 먹는 드라마에 빗대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라고 지적했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에 반박하듯 박 대통령 '불통' 논란에 "자랑스런 불통"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그래도 여권 분위기는 괜찮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1주년 바자회 다음날인 12월 19일, 황우여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경제살리기를 주문했고, 법안 처리 등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사무처 당직자들을 따로 불러 식사를 하면서 1년 전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12.19/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사당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대선승리 2주년을 기념해 도시락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나경원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 김무성 대표, 이군현 사무총장. 2014.12.19/뉴스1

자축 분위기는 2014년부터 자취를 감춘다. 무엇보다 그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정국이 뒤숭숭한 이유는 더 있었다. 11월28일 최순실씨 남편이던 정윤회씨 등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관련 문건 보도했다. 헌법재판소는 12월19일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결정했다. 대선 2주년 당일에 이런 결정을 내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됐다. 야권이 강력 반발했지만 통진당은 해산 수순에 들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 2주년에 별도의 자축행사 없이 경제인, 외교 관계자 면담 등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새누리당도 중앙당 및 시도당 당원 총 1만3000여명이 일제히 전국 곳곳에서 위안부 피해자 방문을 비롯해 김장 나눔, 연탄배달, 무료배식 등 봉사활동만 했다. 여당도 청와대도, 자축하는 모양새가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대선승리 잊혀진 3주년, 지지율 4% 최악의 4주년

당선 3주년인 2015년 12월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 대선 3주년은 잊혀지다시피 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선 3주년, 대통령은 호통치고 국민은 불행했다"고 지적한 정도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계 갈등의 골이 깊어 3년 전의 대선승리까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여야는 총선 대비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제도 개선 여부로 진통을 겪고 있었다. 정부는 경제 관련법 처리를 국회에 주문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합의가 안된 사항을 강행할 수 없다고 맞서 긴장이 고조됐다. 

교수신문이 그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제시하고, 그 뜻에 포함되는 '혼군'이란 용어가 회자됐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른다.

그래도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지지율이 썩 나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국정지지율(직무 수행 긍정률) 추이/한국갤럽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서 열린 '제4차 전북도민 총궐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2016.12.3/뉴스1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선일이 포함된 매년 4분기를 기준으로 전직 대통령 5명과 비교할 때 박 대통령은 임기 첫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3위였다. 2년차도 3위, 3년차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의 한 가운데 선 올해, 박 대통령은 6명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11~12월 4%라는 지지율이 상징적인 숫자로 남았다. 19일, 박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된 채 청와대에 머물며 헌재 심판 대응에 골몰했다. 정치권은 탄핵심판을 기다릴 것도 없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2년 그날, 박 대통령이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겠다고 당선의 기쁨을 표현했던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박 대통령에게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또한 대선승리 4주년을 기념할 수도 없고 할 기분도 나지 않는 처지다. 3년 전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대접했던 사무처 당직자들은 직원투표로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 당 윤리위가 대통령 징계마저 검토하자 이정현 전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친박 성향 윤리위원을 대거 임명한 데 반발한 것이다. 당직자들은 당대표실 점거농성도 벌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선 4주년에 대해서는 아무 논평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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