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시행령' 횡포, '선출된 권력'이 막는다

['시행령공화국' 탐사리포트③] 미국 영국 등 훨씬 엄격한 통제

박경담 기자 l 2014.06.18 06:14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미국·영국 등 의회 제도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행정입법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와 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 임명된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입법권한을 선출된 권력인 의회가 제어하는 것이다.

행정입법은 현대 국가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받고 있다. 행정이 복잡·전문화되며 법률이 담지 못하는 규율을 행정권이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심의가 오래 걸리는 법률로는 사회·경제·문화 등 행정대상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행정입법의 권한이 커지면 시행령이나 법규명령을 행정 편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또 수시로 행정입법 사안을 개정해 법치주의에 혼란 줄 수도 있다. 행정입법 권한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원들의 통제가 필요한 지점이다. 


 우리나라는 국회법 제98조의2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행정입법을 소관 상임위원회로 제출하고 상임위는 이를 검토해 위법사항을 기관장에게 통보할 수 있다. 국회의 권한이 통보에 있고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은 '의회심사법'에 의해 행정입법을 통제하고 있다. 1996년 클린턴 정부 시절 제정된 이 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제정하는 대부분의 규칙은 의회가 심사해 행정입법 통제 대상이다.

미국의 모든 행정위원회는 행정입법 시행 60일 이전에 연방의회와 연방의회 회계감사원에 행정입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회계감사원이 행정입법 검토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 상·하원 공동의 결의에 따라 규칙을 거부할 수 있다. 행정입법 재·개정 및 폐지 시 10일 이내에만 상임위에 관련 내용을 제출하면 되고, 상임위의 거부 권한도 없는 우리 국회법보다 훨씬 엄격하다.


영국은 입법부가 행정부에 위임한 개별 수권법률에서 행정입법을 의회에 제출토록 규정했다. 미국처럼 일반법을 만들어 큰 틀에서 통제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통제 형태는 정지조건부(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에 따라 효력 여부가 결정되는) 행정법안이 제출될 경우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행정기관이 즉각 효력을 발하는 행정법안을 제정할 시에는 법안 제출 40일 이내에 상·하원 중 한 쪽의 의결에 의해 무효로 만들 수 있다.

독일 역시 행정입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 하원 격인 독일 연방의회는 행정입법에 대해 동의권·수정권·폐지권 등을 갖고 있다. 특히 연방의회는 재정 및 경제분야의 행정입법에 대한 관여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지속적으로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독일에서는 행정입법을 제정할 때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행정입법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의회가 의결하면 행정입법 내용을 수정·폐지할 수도 있다. "법규명령은 공포 전에 연방의회에 송부해야 한다. 명령은 연방의회의 의결을 통해 수정 또는 거부될 수 있다"는 독일 상법 제292조 제4항이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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