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선진국 美도 신상털기? 한국과 다른점은…

[the300 런치리포트-인사청문회 ④]이중삼중 사전검증, 허위답변 처벌..통과해야 지명

김성휘 기자 l 2014.06.27 08:50
/이승현 그래픽디자이너


227년 vs 14년.

미국과 한국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역사다. 1787년 헌법제정 당시부터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온 미국은 청문회의 원조 격으로 안정된 제도를 자랑한다. 반면 2000년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한국은 14년,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해선 불과 십여년의 짧은 역사이다보니 진통이 적잖다. 오랜기간 정교한 청문제도를 정착시켜 온 미국의 사례가 시사점을 주는 이유다.

여권이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잇단 낙마 이후 공직자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공론화하면서 미국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26일 국회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대법원 대법관, 행정부 장차관과 차관보 이상, 정보기관장, 각국 대사와 연방선거위원 등은 대통령이 상원 인준을 얻어 임명토록 한다. 해당 직위 1217개 가운데 실제로 인준청문회를 실시하는 대상은 절반인 600여개다. 이 같은 인준필수직은 상원 인준동의(임명동의)가 없으면 임명할 수 없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되, 여야가 청문보고서에 합의하지 못해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식 인사검증의 핵심은 청문회 이전 단계, 현미경 들이대듯 꼼꼼히 따지는 사전검증이다.

후임자를 찾아야 하는 경우 백악관 인사실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 이력서, 추천서는 물론 해당자의 주변을 통한 평판도 입수한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 단 1명의 후보를 신중히 골라낸다. 이 예비검증이 한달은 걸린다.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본격적인 사전검증에 나선다.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인사검증동의서와 같은 개인자료진술서를 내야 한다. 백악관은 재산, 납세, 전과내역 등을 샅샅이 뒤진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개인진술서보다 더 상세한 '국가안보직위진술서'를 연방수사국(FBI)에 보내야 한다. 재산상황진술서도 제출한다. 행정부의 윤리처, 임용 예정부처의 윤리담당부서, 의회에선 상원의 소관 상임위가 달라붙어 재산 등을 다시 점검한다.

후보자가 허위사실을 알린 것으로 밝혀지면 징역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이중삼중의 검증 테스트를 통과한 다음에야 합격자 파일은 법률고문실, 인사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대통령은 의회와 협의를 거쳐 지명자를 최종 발표한다.

미국 장차관이 청문회에서 인준을 거부당한 일은 극히 드물다. 이는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했기 때문이지만, 그 배경엔 이처럼 엄격한 사전검증이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장관에 각각 거론됐으나 사전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승현 그래픽디자이너

참고할 만한 사례는 사실상 미국뿐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장관)에 대해 의회의 견제권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태어났다. 국회의원이 총리장관을 겸직하는 의원내각제에선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남미 대통령제 국가들도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지만 주로 외교관이나 대법관 등에 한정되고 장관은 해당하지 않는다. 필리핀도 미국식 대통령제를 도입했단 점에서 인사청문회 역시 미국 모델로 간주된다.

단 내각제 대표국가인 영국은 일부 공직자에 대해 사전 청문회를 실시, 눈길을 끈다. 장관이 임명하는 공직자에 한해 16개 부처 60개 직위가 청문회 대상이다.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순으로 선정된 대상이다. 2007년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가 내각개혁의 하나로 제안하고 그 이듬해 시행됐다. 단 영국의 인사청문회는 임명에 구속력은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박사(정치학)는 보고서에서 "영국의 경우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의회과 내각이 협의해 청문대상 공직을 정하며, 청문회도 후보자의 업무 적격성과 정책관심 검증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와 같은 인사청문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미국 정도이고 영국이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는 더 좀 발전적으로, 정교하고, 생산적으로 하는 제도는 없을까 (야당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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