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 "규제비용총량제, 입법권 침해 우려"

[the300]정부vs국회 충돌… "규제완화, 기본권 침해할수도"-새정치연합 김기준

김성휘 기자 l 2014.09.04 09:57
정부가 규제 양산을 막겠다며 제시한 규제비용총량제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로 정한 규제를 행정기관장이 '비용총량'을 이유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은 입법취지를 왜곡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규제비용'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어서 이를 법률에 정하지 못하고 대통령령에 맡기는 방식도 섣부른 것으로 지적됐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4일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규제비용총량제 법적 근거' 답변서는 "총량제가 기존규제의 정비를 위한 방식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으나, 기존의 법률 등에서 정한 규제를 규제비용총량에 걸린다는 이유로 무조건 감축하게 되면 개별 규제 도입의 목적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또 "규제비용의 개념이 법률에서 명확하지 않고 하위법령 등에서 행정재량에 의해 규정된다면 사실상 하위법령이 법률의 효력을 제한하게 되는 등 전체적으로 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국회 정무위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작성됐다.

규제비용총량제는 박근혜정부 역점사업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규제비용 총량관리제' 도입을 골자로 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앙행정기관별로 소관 규제비용의 총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4.9.3/뉴스1

또 시장진입 또는 사업활동 제한 규제에 대해 열거된 제한·금지 사항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인 원칙허용·예외금지 규제방식,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는 "비효율적인 행정규제의 신설을 억제하고, 행정규제의 투명성 및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기준 의원은 규제비용총량제가 법적 근거 없이 시범사업부터 실시됐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지난달 제출됐지만 앞서 7월부터 국토교통부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국무조정실은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규제비용총량제 실시 관련 규정들을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 반영하여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법령이 마련되지 않은채 제도시행부터 먼저 추진하면서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이와 관련 "규제의 제한이 기본권의 신장이 될 수도 있으나 동시에 기본권의 제한도 될 수 있다"며 "기본권에 효력을 미치는 행정행위는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법률 근거를 마련한 후에 시범사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준 의원은 "정부는 먼저 규제의 옥석을 가리고, 합리적 규제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초법적 제도를 추진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비용총량제에 "전세계에서 영국만 실시하는 등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를 마치 세계적 추세인양 침소봉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졸속행정의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