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이래서 떨어졌소" 채용 불합격사유 고지 의무화 추진

[the300]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 '채용절차법' 개정안 발의

박광범 기자 l 2015.02.11 18:30

편집자주 국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법안들이 발의됩니다. 문구만 바꾼 법안이 있는가하면, '김영란법'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도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법안 발의과정에서부터 관찰과 분석을 하기로 했습니다.사단법인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와 함께 매주 1건씩, 가장 주목해야 할 '이주의 법안'을 선정, 분석합니다. 더300 기자들과 여야 동수의 전, 현직 보좌관들로 구성된 더모아 법안심사팀이 선보일 '이주의 법안' 코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이래서 떨어졌습니다"

채용 전형에 불합격한 구직자에게 회사가 불합격한 이유를 반드시 알리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채용 과정에서 부모의 직업 및 최종학력 등 가족관계 정보를 이력서에 기재하거나 면접시험에서 물어보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근로자 모집·채용 과정에서 가족관계 등 채용대상자의 업무 적격성과 관련 없는 내용을 이력서에 기재하게 하거나 면접시험 등에서 확인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채용 대상자의 업무, 임금, 채용 예상 인원, 채용 여부 고지 등 채용에 관한 사항을 채용광고에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하고, 채용 불합격 사유 고지도 의무화했다.

개정안 적용 대상은 상시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하되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 등은 2015년부터 △100~300인 사업장은 2016년 △100인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적용받도록 했다.

◇"구직자 알 권리" vs "기업 고유 권한"


신 의원의 개정안 발의 소식에 구직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직자들은 온라인 취업정보 사이트 등에서 "떨어진 이들은 가슴이야 아프겠지만 최소한 그 이유라도 알아야 한다", "이런 게 민생법안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채용 불합격자들이 다음 구직시 참고할 수 있도록 채용 불합격 사유 고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해 채용 당시 탈락자들에게 평가 단계별 점수를 공개하는 등 탈락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고, 국민연금관리공단도 하반기 공채에서 지원자들의 필기시험 점수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기업이 채용을 더 줄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1년 실시한 '기업 채용과정의 차별관행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차별방지를 위해 기업이 구직자에 요구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사회적 신분 △용모 및 신체조건 △성별 순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7년 외모나 성별, 학벌 등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고 개인의 경력과 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채용관행을 확산시키기 위해 표준이력서와 표준면접지침을 제작·보급했다.

표준이력서는 사진 부착을 삭제하고, 주민등록번호는 나이나 성별을 파악할 수 있는 앞자리 번호 2개를 기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 학교명은 이력서에서 삭제하고, 학력 및 전공 표기만 가능하다. 군 복무기간 역시 특별히 필요한 경우만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표준이력서를 공공부문과 1000인 이상 대기업에 우선 보급키로 했지만 현재 이 양식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2011년 인권위 조사 당시 40개 공공기관과 160개 민간기업 모두 이력서에서 개인 인적사항과 학력사항, 혼인·가족관계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각 기업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채용서류 항목을 정하는 것은 기업 고유권한이란 입장이다. 기업의 채용서류 양식까지 법으로 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적용 제외?
이번 개정안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적용 대상에 제외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채용절차법 제정 당시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의 반대로 국가 및 지자체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당시 안행부는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원서 및 입증자료가 공문서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법'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용절차법은 고용노동부 소관인데, 국가 및 지자체까지 대상에 포함하면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안행부와 권한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와 관련, 환노위 관계자는 "개정안의 목적은 채용공고 구체화, 불합격자 사유 통보, 차별 없는 채용"이라며 "채용절차법의 일반적인 적용 대상에 공무원 채용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고, 타 법률과 충돌하는 일부 조항들만 예외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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