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주식백지신탁, '강제 매각' 정답 아니다

[the300]국회 토론회…강제매입, 환매조건부 매각, 직무범위 제한 등 실효성 강화방안 모색

박다해 기자 l 2015.06.23 15:44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사실상 제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정부기관이 신탁주식을 강제로 매입하거나 관련 직무수행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제기됐다. (관련기사 ☞10년간 매각 단 13건…초라한 주식백지신탁제)

23일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주최한 '주식백지신탁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선 현재 백지신탁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짚은 뒤 실효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이날 참여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처음 시행된 뒤 올해 3월 31일까지 10년 동안 실제로 신탁한 주식이 매각된 경우는 총 65건 가운데 13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당초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처분시한인 60일을 넘어서 처분됐다. 해당 기간 내에 처분이 안 될 경우 횟수 제한 없이 30일 단위로 연장이 가능한 까닭이다.

일단 주식을 맡겼다가 공직에서 물러나는 경우 주식을 고스란히 되찾는 경우도 23건이나 됐다. 당초 보유 주식과 공직 업무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백지신탁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신탁 주식 강제로 매각하는 건 시장흐름 왜곡"

백지신탁제의 쟁점은 신탁된 주식을 수탁기관이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느냐다. 당초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신탁주식이 모두 처분돼야 한다. 문제는 공직자들이 신탁하는 주식 대부분이 가족기업 등 상장되지 않은 기업의 장외주식이라는 것. 투자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매매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수탁기관인 농협 중앙회의 윤진희 차장은 "시장성이 없는 주식을 시장기능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상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장 자체를 할 수 없는 비상장 주식이 많아 시장가격 자체가 형성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차장은 또 "주식을 매수해 (해당 기업의) 최대 지주가 된다고 해도 나머지 지분의 보유자가 가까운 친인척일 경우에는 경영권 문제가 대두된다"며 "아마 주식이 매각된 13건의 경우도 주변 지인 등 매수자를 직접 구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뒤 매각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캐나다 등 외국의 제도를 봤을 때 신탁 주식을 반드시 처분해야하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해충돌법'(Conflict of Interest Act)을 통해 백지신탁을 규정한 캐나다의 경우 주식 처분을 의무화하지 않고 신탁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양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도 있지만 시장의 흐름을 왜곡해선 안되는 부분도 있다"며 "그럼에도 매각이 필요하다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환매조건부매매' 등으로 처분을 한 뒤 나중에 (신탁자가)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국회법 개정 통해 직무범위 명확히 제한해야"

결국 국회나 지방자치단체 등 소속 기관에서 관련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의 직무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란 의견이다.

신병대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장은 "미국 등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안은 관련 안건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직무회피를 하는 방법"이라며 "(직무회피는) 개인의 윤리적인 측면도 포괄하기 때문에 완벽할 순 없지만 제도화된다면 시민사회 등의 감시체제가 작동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직무회피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신탁 주식이 처분될 때 까지 관련 상임위 활동을 배제하는 등의 규정을 국회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광역자치단체장 등의 경우 해당 직무범위를 어디까지 포괄할 것으로 하냐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주식백지신탁제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부기관이 매입하는 방안 △선출직·정무직 공무원의 경우 상임위 조정 등 이해충돌 해소를 임용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하는 방안 △백지신탁 계약과 더불어 관련 업무에 대한 취급 및 처리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 △신탁관련정보를 특정 사이트에 종합적으로 공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사실 자산관리공사 등이 매입한다고 해도 팔리지 않아 부채로 남을 우려가 있고 세금으로 매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어렵다"며 "해외 사례 등을 다양하게 참조해 개정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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