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런 직원은 잘라도 된다"…노동개혁 폭탄 '일반해고'

[the300](종합)

박광범 이현수 김세관 지영호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5.08.14 09:00
"이런 직원은 잘라도 된다"…노동개혁 폭탄 '일반해고'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1년에 자동차를 50대 파는 동료들과 달리 3대밖에 팔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을 경우 우선 재교육을 시키고 교육 뒤에도 능력이 떨어지면 그 능력에 맞게 재배치를 하고, 그럼에도 도저히 불가능할 때 고용계약 해지(해고)를 하자는 것입니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저(低)성과자 해고, 이른바 '일반해고'가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성패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위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복귀 조건으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가이드라인'을 의제에서 제외할 것으로 내걸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위원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의 조건 없는 노사정위 복귀를 주장한다. 모든 사안을 노사정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임하자는 것이다.

◇"투명한 해고" vs "쉬운 해고"
앞서 노동계는 지난 . 4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 확대 등을 포함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천명하며 노사정위 최종 결렬을 선언했는데 그 중 핵심은 '일반해고'였다.

정부는 일반해고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꼽는다. 비정규직 양산의 원인이 '정규직 과보호'에 있다고 보는 정부는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을 통해 업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해 기업의 고용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에서 '정당한 이유'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사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없애겠다는 것이지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일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일반해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기업들의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을 경우, 업무성과를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일반해고에 대한 밑그림을 다 그린 상태에서 노사정위 논의에 복귀하라고 노동계를 압박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일반해고가 사용자의 일상적 근로자 해고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활동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업무부적격자에 대한 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의도와 다르게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사무직종 종사자의 경우, 맡은 업무와 성과 간에 상관관계가 깊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측이 퇴출대상자를 의도적으로 보조 또는 주변 업무에 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만병통치약?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이 노동시장에 혼란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경영계는 고용유연성 강화를 위해 일반해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은 인력운영의 경직성을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일반해고의 전제조건인 '기업들의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을 경우'를 두고서도 해석에 따라 이견이 존재할 수 있어 노동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단 지적이다.

또 정부가 입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란 우회전략을 펴는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일반해고를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할 경우, 법과 가이드라인이 충돌해 노사갈등이 반복되거나 노사간 소송이 급증하는 등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 할 것인지, 취지와 달리 인사관리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속도전' 우려…"사회적 강자가 먼저 부담지는 개혁돼야"


연말까지 노동개혁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의 조율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모범사례도 있지만 현안 해결과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 형성을 위해 큰 틀에서의 노사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계도 기업 조직 내 업무부적격자 및 저성과자에 대한 역할 조정 기준 및 절차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만큼, 노사정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환 위원장이 노동계의 복귀를 요구하며 정부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일방 강행하지 않도록 중재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는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노사정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경제 전체의 투명성과 신뢰, 분배정의 확립이 중요하다"며 "구조 개혁은 '사회적 강자'가 먼저 부담을 지는 쪽으로 출발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 약자의 희생이 가능한 방안을 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반해고, 기업에 칼자루?…'손가락 경영'도 힘들어져

정부의 노동유연화 기조 전면에 임금피크제가 있다면, 그 뒷면에는 화약고인 '일반해고'가 도사리고 있다. 일반해고는 '경영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성과'를 이유로 해고를 가능케하는 제도다. 

노동계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일반해고가 기업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반면 기업은 노무관리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더 이상 '손가락 경영'이 용인되지 않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게 부담스러운 것. 고용노동부는 8~9월 중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노동계 반발로 논의를 뒤로 미뤘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일반해고 밑그림 
일반해고는 엄밀히 말해 법적개념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밑그림은 지난 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 자료에 들어있다. 요약하자면 △근로자 인사조치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반해야 하며 △근로자가 직무부진 개선기회를 얻고도 개선을 하지 못할 경우 해고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일반해고와 관련한 법원의 기존 판례를 제시하면서 "직무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각 기업마다 공정한 인사평가에 의한 인사관리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날의 칼.."우리사회 실정에 맞게 신중해야" 
일반해고는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고연봉자'에 대한 해고 기준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 그러나 이런 차원을 넘어 '기업이 자의적으로 성과기준을 마련할 경우' 오히려 부당해고, 일상적 해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근로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KT 직원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영화 이후 인건비 감축을 고심하던 KT는 2010년 인사평가 등급별 연봉인상률을 적용하는 고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명예퇴직 거부자, 114외주화 당시 전출거부자 등 기존에 '부진인력' 리스트에 올렸던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낮은 인사고과를 줬다. 해당 직원들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반대 사례도 존재한다. 근무시간 중 음란동영상을 본 일로 해고돼 화제가 된 인쇄업체 직원의 일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에서 수년간 음란동영상 800여개를 내려 받아 본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음란물을 편하게 보기위해 수시로 직원휴게실 조명을 꺼놓아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고용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일반해고를 도입하려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급과 임금이 성과중심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에서 해고만 성과와 떨어뜨려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국과 같이 고용유동성, 직장이동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일반해고는 양날의 칼"이라며 "노동계 우려도 있는 반면, 일반해고 기준이 도입될 경우 기업이 지금까지 해고자를 대상으로 해왔던 무차별적 '퇴출작전'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묘수냐 꼼수냐'…일반해고, 왜 '가이드라인' 일까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저성과자 해고(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노동시장개혁의 최대 이슈로 떠 오른 이유는 '해고 양산 가능성'이라는 근본적 논란 외에도 법률이 아닌 행정지침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해고의 칼끝을 근로자들에게 들이댈 수 있다는 절차적 문제도 크다.

정부와 여당은 해고 요건을 보다 명확화 해 분쟁 요인 줄이고 고용 유연성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노동계는 법률에 명시된 해고 요건을 보다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는 '가이드라인'으로 정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에 없는 '일반해고'…'가이드라인'으로 OK?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적시한 노동 관련 대표 법률 '근로기준법'은 두 가지 유형의 해고만 인정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할 수 있는 '정리해고'와 해사 행위 등 회사에 손해를 입힌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징계해고'가 그것. 

'정리해고'와 '징계해고'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고가 가능한 것이 현행 제도다. 이 '정당한 사유'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현재도 많은 해고 소송들이 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말 많고 탈 많은 이 '정당한 사유'에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화 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꽉 막힌 청년실업 돌파구를 마련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표면적인 목적이다.   

원칙대로라면 일반해고가 가능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마련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 해당 안건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정부와 여당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반해고를 법률에 규정된 징계해고의 일환으로 보고 '정당한 사유'가 내려졌던 판례들을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에 명시하면 법 개정 없이 노동계 설득만으로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정부의 묘수?…법 개정 없이 동일한 효력

올해 안에 노동시장개혁 달성이 목표인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정치권의 개입과 법리공방을 최소화 하며 '노동계 설득' 만으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묘수' 일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정부와 여당 모두 노동시간 행정 해석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익히 알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 시간은 주 40시간이며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토·일요일 업무는 연장근로가 아니라는 행정해석을 내려 사실상 주 68시간(40+12+16[토·일요일 8시간 근무]) 일을 할 수 있다. 정부의 행정 해석 및 지침이 법을 우선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라 일반해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내용 여부와 상관없이 해고와 관련된 수많은 소송들의 예측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노동전문가는 ""해고 소송에 대해 법원이 현재는 유연하게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사측도 노무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사용자에게 오히려 더 부담되는 것인데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이미 법원판례 많은데…가이드라인은 꼼수 결정판"

그러나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불편하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사측이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주는 것으로 이미 답을 정했다. 

법의 견제 없이 앞으로도 '가이드라인'을 정부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법에 존립 근거가 명시돼 있지만 업무 성과는 저조할 수밖에 없는 '전임 노조' 관계자들이 결국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노동계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논의 자체를 거부 중이다. 

정부가 마련 중이라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살펴봐도 그 동안 법원이 내려온 판례들과 거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법 개정을 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적 과제로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라는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업무 저성과자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이후에 이른바 '일반해고'를 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가이드' 하는 내용을 고용노동부를 대신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양현 철도노조 법규국장은 "사측이 업무 저성과자를 해고 하지 않기 위해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도 할 수 없이 쫓아낸 경우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례는 이미 수없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가이드라인’ 정하려는 것은 해고 요건을 완화해 판례에 영향을 미치려는 지속적인 정부 꼼수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獨·日, 저성과자 해고 도입…'사회안전망'이 전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5.8.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세운 것은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일반해고 완화였다. 그 근거로 독일의 노동개혁을 성공사례로 손꼽았다. 고용유연성을 높여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 외국 사례를 차용하자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국가들이 대부분이어서 단순한 대입은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獨, 일반해고 법제화…해고 뒤 조건 낮춰 재계약 방식도

일반해고는 기업이 경영상 이유로 불가피하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정리해고'의 상대 개념이다. 즉 회사의 경영상태와 무관하게 근로자 개인의 성과 등을 통해 결정하는 해고 유형이다.

일반해고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통상해고'와 회사가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묻는 '징계해고'로 구분된다.

일반해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는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된 외국의 직접적인 입법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판례에 따라 저성과자 해고 요건이 축적돼 있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독일과 일본 정도가 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해고법제의 개선방향'에 따르면 해고에 대한 법의 태도에 따라 국가별 일반해고 유형은 크게 세가
지로 나뉜다.

해고자유의 원칙을 유지하는 나라(미국), 해고자유의 원칙을 수정, 해고시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도록 실정법에 규정한 나라(유럽국가), 해고자유원칙을 실정법에서 유지하되, 해고를 남용하는 경우 판례에 따라 규제하는 나라(일본) 등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럽국가의 경우처럼 해고자유원칙을 수정, 실정법에 따라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국가로 분류된다.

독일의 해고제한법(Kundigungsschutzgesetz)은 대표적인 일반해고 관련 법안이다. 해고제한법에는 사용자가 계속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의 사유 없이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고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읽히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재계약'이라는 해고완화 책도 담겨있다. 독일해고제한법상 변경해고제도는 저성과자인 해고근로자와의 종전 계약을 종료하고 근로조건을 낮춰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근로 조건은 노동자가 결정, 해고는 쉽게' 

직접적 해고방식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해고요건을 달리하는 사례도 있다. 네덜란드 페이즈 시스템(phase system)의 경우 고용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보호 수준을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입사 직후부터 3개월동안 기업은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6개월까지는 해고 통보 사유를 근로자에게 제시해야 하고, 이후 1년까지는 사전 1개월 전 해고 통지를 의무화하는 식이다. 근속이 길어질수록 정규직에 가까운 대우를 받게 된다.

노동계약법으로 저성과자의 해고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한정 정사원제도로 유연한 해고를 허용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시간이나 근로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대신에 사업장이 폐쇄되면 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일례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원하는 지점과 시간에 일할 수 있지만 해당 지점이 문을 닫게되면 해고될 수 있는 식이다. 

스페인의 준정규직 제도도 예외적 요건을 둬서 해고를 허용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정규직처럼 고용기한이 보장되지만 생산방식의 변경이나 경영상황에 따라 해고요건이 다양하다. 1985년 비정규직 규제 완화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면서 사회 문제가 커지자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부담스러워진 스페인 정부는 97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KERI) 연구위원은 "정규직 전체의 고용안정성을 훼손하지 않고, 일부 근로자의 고용조정만 용이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며 "다양한 고용계약 형태가 탄생할수록 기존 정규직의 고용보호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실업급여 유럽과 격차사회안전망 구축부터

'일반해고' 개념이 도입된 국가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고용안정성이 높고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국가들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실직을 하면 최대 240일간 하루 최대 4만3000원의 실업급여를 받는 우리와 달리 임금의 90%를 독일과 네덜란드는 3년간, 덴마크는 2년간 보장받는다. 스웨덴은 1년간 100%를 해직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또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고 임시직 비율은 23.8%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고를 유연화하는 좋은 사례는 선진국에 집중돼있다"며 "기본적으로 사회안전 인프라를 전제로 해야만 적절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