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기 돕자던 '지재권(IP)대출'…기술보다 '신용대출'

[the300][2015국감]2년새 1285억원 대출…중기 165개 혜택

박용규 기자 l 2015.09.15 10:19
길정우 의원이 8일 오후 전북 익산시 제3일반사업단지 패션주얼리 공동 R&D 센터 2층 회의실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익산 산업시찰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2014.10.8/뉴스1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사업화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도입된 IP대출이 실시 2년만에 1285억원이 판매됐지만 IP 평가가 아닌 기업신용도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줘 신용대출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산업자원통상부 소속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출시된 IP담보대출은 작년 연말 기준으로 165개 기업 128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IP대출 심사기준이 IP에 대한 평가보다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돼 사실상 신용대출과 다를게 없다고 길 의원은 밝혔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준은 신용등급 B이상, 매출액 1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IP대출이 실행된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10여억원, 영업이익은 10여억원, 평균 직원 수 72여명, 기업 연차는 13년이 넘었다.

길 의원은 "IP금융지원을 받는 대상은 IP담보대출이 아니어도 IP를 사업화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대다수"라며 "사업의 도입 배경과  및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길 의원실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165개 IP담보대출을 지원받은 업체들의 대출액과 매출액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높을수록 IP대출 금액도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P 대출을 받은 165개 기업 중 △대출액 1~10억 미만의 기업 평균 매출액은 97억원 △10~20억 미만의 기업 평균 매출액은 238억원 △20~30억 미만의 기업 평균 매출액은 586억원이었다.

반면 IP평가액이 대출에 미치는 영향은 들쭉날쭉했다. 실례로 IP에 대해 24억원의 평가를 받은 매출액 37억원의 A기업은 IP에 대해 11억원을 받은 B기업보다 평가액은 2배나 높았지만 대출액은 절반인 5억원에 불과했다. B기업의 매출액은 341억원으로 A기업에 약 10배였다.

이렇게 IP대출이 신용대출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것은 국내 IP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IP를 평가할 객관적인 데이터와 기준이 부족하여 평가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며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IP대출의 부실화를 대비, 모태펀드 특허계정을 통해 은행권에 IP대출 회수지원 펀드를 조성·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실발생시 특허청 지분만큼 금융권의 손실을 완화시켜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금융권이 모태펀드를 통해 IP를 재매입 하는 방식이기에 IP활용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주장도 나온다.

길 의원은 "현행 IP 대출 사업은 IP를 사업화할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게 오히려 IP금융지원을 받기 위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할 것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IP 평가시스템 개선과 부실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전문적인 회수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이 시행하는 IP 금융지원은 중소기업의 특허기술 사업화를 위해 지적재산권에 대한 가치 평가를 통해 투자·융자를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난 2013년 3월 특허청과 산업은행간 MOU를 통해 같은 해 9월부터 IP담보대출이 시행됐으며 현재 기업은행과 국민은행까지 확대 시행중이다.

지난 2013년에는 산업은행을 통해 15개 기업에 169억원이 대출됐고 2014년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150개 중소기업에 1116억원을 대출했다. 기업당 평균 대출금액은 7억8800만원으로 기업별로 최소 1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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