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성희롱 간부에 '해고' 대신 '규정에 없는 정직' 처분

[the300][2015 국감]피해자·인사위원장 같은 감일회 소속, 합의금 모금해 지원하기도

진주(경남)=지영호 기자 l 2015.09.18 12:25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사진=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위간부가 파견직 비서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희롱을 하고서도 규정에 없는 처분으로 해고를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지휘한 인사위원장(부사장)과 가해자는 회사 내 같은 사조직에 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직은 모금을 통해 피해자와의 합의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8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LH 국정감사에서 "LH의 1급 간부가 파견직 비서를 성희롱하고서도 가벼운 징계를 받았는데 여기엔 인사위원장인 부사장이 적극 개입돼 있다"고 폭로했다.

피해자 신고내용에 따르면 간부 A는 피해자인 B의 집까지 따라가 강제로 입을 맞추고 짧은 치마를 입은 B씨에게 '손을 치우라'고 한 뒤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디지털카메라로 테이블 밑에 다리를 몰래 촬영하고 강제로 끌어안기도 했다.

B씨가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건이 커지자 LH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A씨를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B씨는 A씨와 4000만원에 합의하고 신고취하서를 제출했고, 다음날 열린 중앙인사위원회는 합의를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 3000여명은 탄원서를 제출했고, 중앙인사위는 재심의를 열어 정직 5개월로 징계수위를 조정했다.

문제는 정직 5개월이 징계양정에 없는 처분이라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정직 3개월이 넘어가면 해임이나 파면을 해야 하지만 규정에 없는 정직 5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A씨와 A씨의 징계를 결정한 중앙인사위원장이 LH 사내 감사실 출신들의 고위직 모임인 감일회 출신이라는 것이다. 감일회는 개인의 성희롱사건과 관련한 합의금을 모금 방식으로 지원했다.

김 의원은 "파견직 직원을 고위 간부가 성희롱하고 고충위의 해임 결정을 중앙위가 감경하고, 사내 반발이 일자 규정에도 없는 5개월 정직으로 가해자를 구제했다"며 "지나친 사내 온정주의고 자기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영 사장은 "성희롱 사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A씨는 B씨의) 진술에 오해가 있다고 하는 점을 감안해 (5개월) 정직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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