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000억 기부금 유보 우려…LH 주거복지동 사업 부진

[the300][2015 국감]2011년 이후 9개 중 1개만 완료…정부출자 900억 사내유보

진주(경남)=지영호 기자 l 2015.09.18 10:51
SK그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배세대를 위한 주거복지 지원에 1,000억원을 기부키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 동작동 국토부 서울사무소에서 SK 이문석 사회공헌위원장(왼쪽)이 김경환 국토부 1차관에게 기부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이 사면 이후 기부한 1000억원이 제대로 쓰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하고 있는 '저소득 노인용 주택·복지 혼합 동(棟) 아파트 건설사업'(이하 주거복지동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8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LH 국정감사에서 "SK가 기부한 1000억원이 제대로 쓰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거복지동 사업은 기존 영구임대주택 단지 안 일부 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과 복지시설이 포함된 주거복지동을 짓는 사업이다. 별도의 토지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이어서 LH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사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주거복지동 사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H 주거복지동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사업승인된 영구임대주택 9개 단지 1776가구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분당한솔 7단지 248가구 뿐이다.

분당목련 1단지(220가구), 인천삼산(208가구), 서울중계 3단지(130가구) 등 558가구는 현재 공사중이지만 나머지 5개 단지(서울중계 9단지, 서울가양 7단지, 일산문촌 9단지, 인천연수 1단지, 안산군자 13단지) 970가구는 공사를 중단됐거나 아얘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설계용역비 등 기투입된 12억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1단계사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사업이 미진한 이유는 지자체와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단지 내 부지를 활용하다보니 기존 입주자들의 공동생활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일조권 제한이나 공사중 소음문제도 뒤따른다.

동간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만큼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도 여의치 않다. LH는 청주산남 2단지 등 4개 신규단지 약 480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1개 사업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 의원은 "정부가 LH에 출자한 948억원 중 약 900억원이 LH에 사내유보돼 국고를 낭비하도록 한 책임이 있다"며 "발생한 이자와 사업중단된 지구에 출자금 처리는 어떻게 됐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민법에 따르면 분양주택 입주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동의절차 없이 사업승인이 된 것은 사전검토가 미흡했다는 증거"라며 "기존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 기울여달다"고 덧붙였다.

SK의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LH 측은 "저소득 독거노인 등 주거지원 구체적 활용방안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해 내실있게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SK는 지난달 19일 국토부에 200억원을 전달하면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400억원씩 추가해 총 1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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