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결산-국토위]'등골 휘는데…' 전월세 논의 부족, 공기업 감시는 '성과'

[the300]

지영호 기자 l 2015.10.12 20:41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여형구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2015.10.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월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서민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로부터 뚜렷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예년처럼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 관련법' 등 주도하는 이슈가 없다보니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분산된 영향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장인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도로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대안으로 '임대료조정제'를 내놓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동안 전월세 가격조정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정부·여당이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임대료를 조정하는 안을 논의 대상에 올릴지,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현상 문제를 지적한 사례는 다수 있었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무피투자’와 ‘전세깡패’를 예로 들며 전세값 상승으로 투기세력이 이득을 얻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아파트 청약에 허수가 상당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면밀히 검토해 빠른 시일내에 바로잡겠다"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21일 오후 대전 연축동 한국수자원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5.9.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기업에 집중된 국감…방만경영 여전


이슈가 분산되면서 '공격거리(?)'가 많은 공공기관이 타깃이 됐다. 부채비율이 높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수공),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도로공사(도공) 등은 부채감축 방안과 함께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LH는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과의 갈등을 해결하라는 촉구가 이어졌다. 두 회사는 임대주택 관리업무 민간위탁 및 위탁수수료 조정 등으로 대립 중이다. 또 동탄2지구 백화점 부지 입찰매각 특혜 의혹과 간부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미흡한 징계,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의 고급차 소유 등 부실한 입주자 관리문제가 지적됐다.

수공은 국비로 4대강 부채 원금 상환 의도와 더불어 정부에 재산세와 법인세를 인하해달라는 요구가 드러나 또 한번 논란을 빚었다.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공이 4대강 부채 상환의 중심에 있는 5조4000억원 규모의 에코델타시티(EDC) 사업에서 해마다 727억원의 세금 감면혜택을 요구했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코레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유라시아이니셔티브'의 실질적 방안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밑그림만 있지 구체적 방안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철로 미착공 구간의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루 31억원의 이자를 내는 도공은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고속도로 투자비 회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한국감정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은 통계의 신뢰성 저하와 소비자 수익 과잉 창출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15.10.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대강'만 나오면 정쟁으로 확대


4대강 사업 타당성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여야간 '감정싸움'으로 치닫기도 했다.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9월11일 국토부 국감에서 "낙동강에서 농사 짓는 채소를 서울 사람이 먹으니까 4대강 부채를 세금으로 충당해도 된다"고 발언했다가 야당 의원의 강한 반발을 샀다.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 교수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증인이 아닌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강 의원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6일 서울시청 국정감사에선 '4대강 반대론자'인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교수가 도마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 교수를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연구용역까지 맡긴 일을 지적하면서 편향된 시정을 펼치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박 교수를 향해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이 있느냐, 비례대표 몇번을 받았느냐"며 "시 학술위원이 시로부터 연구용역을 받는 것이 합당하냐"고 따져물었다.

특히 박 교수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개발사업에 반대만 표명하는 이른바 '폴리페서'라는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학문적으로 반대한 인물이며 전문가로서 마땅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박 교수가 (4대강 사업 반대로)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님에도 '폴리페서'라고 부르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 의사진행발언 요청이 이어졌지만 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던 정성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헌승 의원의 발언을 수용한 만큼 여당에 발언기회를 더 드릴 수 없다"며 정회를 선언해 여당 의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한 유럽차업계 대표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국토위 국감장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배출가스 및 연비 조작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을 위해 (왼쪽부터)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출석했다. 2015.10.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입차 CEO, 사과는 했지만…증인채택으로 홍역


환경노동위원회를 뜨겁게 달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은 국토위에서 정점을 찍었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비롯한 독일산 수입차 4개사 CEO는 그동안의 관행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며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쿨 사장은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독일 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적에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후 대책에 대해선 미온적이었다. 클 사장은 변재일 새정치연합 의원의 "정부에 납부하는 과징금이 적은 만큼 구입자에게 추가 지원 계획 있는지 얘기해달라"를 질문에 "한국 정부와 조사 진행하고 있으며 끝나고 나면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른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독일 본사와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하는데 그쳤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도 국감장에 출석해 높은 이자율 적용, 딜러 착취 문제, 시동꺼짐 현상 등에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만 공식정비업체에서 대체부품 사용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진전된 답변을 내놨다.

또 국토위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인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를 국감장에 불러 "피해 기업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건설기업 오너 등 주요 종합국감 증인들을 국감 전날 무더기 철회한 일도 있었다. 무려 11번의 수정과정을 거쳐 기존 신청인의 절반 수준에서 최종 증인이 결정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증인 요청에 기업인들의 요구조건 수용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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