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독립기구' 선거구획정위, 헛바퀴 3개월

[the300][런치리포트-무능 획정위②]획정위, 독립기구로 출범했으나 정치권 논의에 종속

박경담 기자 l 2015.10.14 05:56
중앙선거관리위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의안 도출 실패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독립기구로 설치된 획정위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선거법에 따른 기한(총선 6개월 전)인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 2015.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헌정 사상 처음 독립기구로 출범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다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획정안을 법정시한 내 제출하지 못하며 3개월 동안 22차례에 걸친 논의가 공염불로 그쳤다. ‘농어촌 의원 반발’·‘의원 정수 논란’·‘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등 정치권 논쟁이 불붙자,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난 7월 출범한 획정위 활동과 정치권 논의 과정을 뒤돌아보면 획정안의 법정시한 내 미제출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획정 작업의 전제 조건인 의원 정수,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등 핵심 획정 기준들이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 획정 작업은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김금옥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과 김대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법정기한인 10월13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치개혁특위의 의원정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 선거구획정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15.8.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8월 13일 획정위는 이전과 달라진 권한과 위상을 보여줬다. 출범 당시 국회에 요청한 의원정수,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획정 기준 등이 넘어오지 않자 9명의 획정위원 모두 국회를 찾아 자체획정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획정위 선언 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의원정수 현행 유지(300석),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획정위에 일임 등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획정위가 정치권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 즈음부터였다. 정개특위 잠정합의안을 놓고 여당은 지역구 확대·비례 축소, 야당은 비례 축소 불가로 부딪쳤다. 지난 8월 말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정개특위 잠정합의안이 추인받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결정을 획정위에 맡겨 권한을 부여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획정위는 지난 9월 19일 내년 총선 지역구수를 244~249석 범위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획정위의 제한된 권한과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현행 246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안을 제시한 데다 발표 이후 농어촌 지방 의원들의 집단 반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획정위는 통폐합 및 분구 선거구를 가르는 기준을 평균 인구수에서 특정 선거구로 변경하기도 했다.

획정위는 이달 초 회의를 거듭하며 지역구수 및 자체 획정안 확정을 다짐했으나 법정시한 제출을 못 지키며 '소리없는 아우성'에 그쳤다. 정치권이 획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탓과 더불어 획정위가 출범 초기 냈던 목소리와 달리 독립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획정위의 비독립성과 별개로 획정위의 논의구조 자체가 획정안 도출을 힘겹게 한 요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9명의 획정위원 중 김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추천 위원이 각각 4명씩이어서 합의(2/3 이상 찬성)가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 획정위 활동 후반부에 획정위원들은 영·호남 의석 감소비율 등을 놓고 여야 대리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획정위 활동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 "획정위원들 개개인이 철학과 소신, 학문적 소양을 갖고 있는데 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게 한계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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