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 FTA 농어민지원기금, 모자라면 정부가 낼까?

[the300]"정부, 기금 부족분 충당" 부분 두고 與野 일부 이견

박다해 기자 l 2015.12.01 05:51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제3차 전체회의에서 김정훈최재천 공동위원장과 나경원 외통위원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중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협의체는 30일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으로부터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아 상생협력재단을 운영하는 '대안'을 내놨다.

이로써 당초 홍문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FTA지원 특별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안한 무역이득공유제는 폐기 수순을 밟게됐다.

이날 여야정협의체가 발표한 방안은 기존에 운영 중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농어촌 관련 독립회계를 설립, '자발적 기부금'을 토대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기부를 하는 기업 등에 대해 세제혜택, 손비처리, 동반성장지수 가산점 부여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재단은 해당 기부금을 이용해 농어촌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 농어촌 의료·문화 지원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 농수산물 상품권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 정부·여당 주장한 '자율기부방안' 수용키로

당초 정부·여당은 이처럼 '자율기부'를 바탕으로 한 농어민 피해보전대책을 주장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기업의 자율 기부를 바탕으로 하는 상생협력재단을 설립해 기업에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FTA가 기업이 이익을 내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수혜를 보는 기업과 피해를 보는 기업이 혼재할 수 있어 개별기업별로 FTA에 따른 이득을 산출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관련기사☞ [런치리포트]무역이득공유제 딜레마)

새누리당도 이미 지난 9월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발적 기금 조성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수혜가 기대되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피해 농가 등을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해 이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대차 측에 FTA에 따른 피해보전을 위한 자발적 기금 조성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지만 국회가 나서서 특정 기업에 (기부를) 할래 말래 하는 것은 그렇고 농식품부든 산자부든 정부가 자연스럽게 모양을 갖춰서 유도, 안내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며 "국회는 정부가 나서서 관련 기업들하고 협의해보고 자율적으로 모양 만들어지도록 의도하는 것 까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단독]새누리, 현대차에 FTA 피해보전 '기금' 설치 타진)




현재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매년 △민관공동R&D펀드 △성과보상금 △동반성장투자재원 △생산성혁신파트너십 △산업혁신3.0의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재단의 최근 5년 기부금 수입 총액은 2011년 1136억원, 2012년 2879억원, 2013년 8429억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기부금 수입도 3773억원에 이른다.

재단은 해당 기부금을 대·중소기업 협력 증진을 위한 △성과공유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민관 공동투자기술개발 △수탁기업협의회 활성화 등의 사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野 '자율기부'방식 수용 대신 '독립회계 운영'에 의의

당초 농어촌특별세에 'FTA체결국과의 수출입거래세'를 신설하는 것을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주장하던 야당은 '자율기부 형식'을 수용한 대신 재단 운영에 농어촌 기금 관련 별도 본부를 구성하고 기금도 독립회계로 운영하는 것을 명시한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처음에 정부가 500억원씩 5년간 총 2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기금을 추가로 확대하고 기존 중소기업 관련 기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기금을 분리, 운영토록 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도농간 격차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농어민 관련 예산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부분을 기금 운영 목적에 담도록 노력했다"며 "장학사업이나 주거개선사업 등이 명시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귀농·귀촌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농어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예산이 부족해 이를 보완한 것이란 설명이다.

◇ "정부, 기금 부족분 충당" 부분 두고 與野 이견


다만 합의문 말미에 삽입된 "만일 자발적 기금조성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문장을 두고는 여야가 일부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당 문장은 야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합의문에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데 (FTA 관련 기부금을 내면) 인센티브가 있으니까 다른 곳에 내는 것보다 득이 되지 않겠나"라며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간 비율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금이 모자랄 경우 정부가 필요한 예산이나 기금 지원 등을 통해 1000억원을 충당하냐는 질문엔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고 돼 있을 뿐"이라며 "필요한 조치는 예산 상 지원이나 제도적인 도움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며 예산지원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반면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문장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협상 막판에 이 문장을 넣느라 진통이 있었다"며 "(목표금액보다 기부금이 모자랄 경우) 기금 모금이나 예산지원을 통해 1000억원을 정부가 반드시 충당키로 명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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