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선택' 유일호…'법안 통과'가 급했다

[the300] 靑 "정무적 역량으로 4대개혁 이끌 적임자"…개각으로 핵심법안 추진동력 약화 우려

이상배 기자 l 2015.12.21 16:32

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명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축하 전화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 사진=뉴스1


'행정'보단 '법안'이었다. 박근혜정부 '3기 경제팀'을 이끌 새 경제부총리에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발탁된 배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관료 출신 후보들 대신 현역 국회의원을 선택한 건 행정 경험보다 핵심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정무적 역량'을 우선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靑 "정무적 역량으로 4대 개혁 이끌 적임자"

박 대통령은 21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에 유 의원을 지명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후임에는 이준식 서울대 교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후임에는 홍윤식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낙점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의 후임자로는 각각 주형환 기재부 1차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을 기용했다.

신임 경제부총리에 유 의원을 지명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현역 의원으로서 핵심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이끌 대국회 정무 역량을 높이 샀다는 뜻이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제정안 등 핵심법안들의 처리 여부에 달렸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눈앞에 위기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데, 손발이 묶여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못 해서야 되겠느냐"며 "이런 저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 등 핵심법안의 국회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인사청문회 통과가 용이하다는 점도 유 의원이 발탁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이미 올초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며 검증대를 넘어선 경험이 있는 만큼 큰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종전보다 한층 까다로워 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장관급 인사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증에 있어 전임자들보다 더 높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개각으로 핵심법안 추진 동력 약화 우려

이번 개각에선 정치인과 관료의 균형을 통해 내각의 개혁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경제부총리와 여가부 장관에는 정치인, 행정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에는 관료를 각각 발탁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교육부총리에는 이준식 서울대 교수를 기용함으로써 개혁성에 무게를 뒀다.

핵심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박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개각을 단행한 것은 핵심법안의 국회 표류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면에서 현직 장관들의 총선 출마를 위한 개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4월13일 총선에 현직 장관들이 출마할 길을 터주려면 현행 법상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1월14일까지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줘야 한다. 후임자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에 20일 안팎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 개각이 더 늦어질 경우 일정기간 장관 공백에 따른 '차관 대행체제'가 불가피해진다. 이날 개각 대상에 오른 현직 장관 5명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등의 국회 절차로 인해 핵심법안 처리를 위한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 계류된 기획재정위원회와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제정안이 계류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각각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한다.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야당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선 개각으로 국민적 관심이 분산되는 것 역시 반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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