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안보무능’이 패배 원인”-소수정당 택한 군사전문가 김종대

[the300][피플]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

박소연 기자 l 2015.12.28 08:36

지난 21일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3년 전 총선이랑 2년 전 대선은 다 이긴 싸움을 안보 때문에 진 거예요. 2012년 총선 때 제주 강정마을이랑 탈북자 이슈, 연평도 포격도발 세 건으로 안보몰이가 시작된 거거든요. MB가 언제 강정마을에 관심 있었습니까? 세 건 다 종북몰이로 가자는 거였고 대선은 말할 것도 없죠. 당시 NLL은 쟁점 축에도 못 든 걸 인위적으로 선거쟁점화한 건데 야당이 다 당했지 않았습니까."

  

지난 8월 정의당에 입당해 3개월째 국방개혁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김종대 단장은 거침이 없었다.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의 출범 계기를 묻는 첫 질문에 김 단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보무능'을 지적하며 돌직구를 날렸다.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은 지난 3개월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진상조사와 '곽 중사' 등 '버려진 부상장병'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야당, 그것도 의석수 5석의 소수 정당으로서는 이례적인 활약이었다. 그는 군사전문지 편집장을 그만두고 15년만에 국회에 돌아오게 된 이유와 우리나라의 국방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안보 구하러 왔다...'사람' 중심 안보로 승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안보 취약점을 극복하고자 오랜 시간 공들여 김 단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대표는 당초 지난 9월 9개 부처 '예비내각'을 출범하려 했지만 타 부처가 늦어지면서 국방·언론 개혁기획단이 먼저 출범했다.

  

김 단장은 당초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할 목표나 기획이 없었다고 했다. 그저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한 곽 중사 어머니의 편지를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과거에는 쓰레기통으로 갔던 편지들이에요. 당에 와보니까 얼마 전에 와있는 편지 누구도 취급 안하면서 나한테 이관을 하더라고. 여기선 처리할 만한 역량이 안 됐던 거지. 근데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거라, 심 대표한테 이게 왜 중요한지 설명을 하고 상무위에서 공론화를 했지."

 

지난 8월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뢰부상을 당하고도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한 곽 중사의 사연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뒤늦게 부상장병 민간의료제도 개선 TF를 꾸리고 국회는 민간진료비 지급기간을 늘리는 일명 '곽중사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정의당은 쏟아지는 국방 관련 민원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 단장은 "어떻게 오셨냐고 하면 당대표가 누군지, 정의당 이름도 모르고 국방 관련 민원을 받아주는 곳이란얘기를 듣고 왔다고 한다"며 "정의당이 부상장병을 중요한 민생사업으로 보고 유일하게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당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안보'를 내세운다. 김 단장은 "우리가 돈으로 보수를 이기겠나, 정보나 권력으로 이기겠나"라며 "저희가 보수를 상대로 국방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건 사람이다. 이건 진보가 이길 수 있다. 이건 보수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분야"라고 했다.

 

'버려진 부상 장병'은 정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민생 사업이기도 하다. 김 단장은 무기체계나 한반도 평화문제 등 전문분야를 접고 자신도 처음 알게 된 부상장병 문제를 파고들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가되 그 과정에서 법제도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10건가량을 동시에 이끌고 가고 있다.

  

지난 21일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인터뷰. /사진=뉴스1

◇방산비리·KF-X사업 논란…"민주주의 무너진 탓"

 

끝없는 방산비리와 방위사업 부실이 드러나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 최근 방사청에 맞서 KF-X 사업의 문제를 집요하게 밝혀낸 김 단장은 우리 군 문제의 근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

 

"민주주의가 무너진 게 안보를 무너뜨린 거예요.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2000억 비리를 적발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땐 한 건도 없어요. 전부 이명박정부 때 2009, 2010, 2011년이 99.9%라고. 왜 특정시기에 몰려있느냐. 당시 정부가 안보위기 겪으면서 군의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정치적 논리로 무기를 도입했기 때문이에요. 주범은 MB라고 봐요."

 

김 단장은 KF-X 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했다. 국내 과학기술 평가기관 7곳 중 6곳에서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한 사업을 이해당사자인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사청 말만 듣고 박근혜 대통령이 강행하는 것은 '희대의 사기'라고 했다.

 

그는 "첫째, 민주주의가 붕괴돼 대통령 말 한마디라는 권위주의를 떠받치고 있고 둘째, 지식이 오염돼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양심껏 말하지 않고 피하며 셋째, 아무도 반대하지 안아 결정이 왜곡된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자주국방을 위해 한국형전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애국주의적 논리도 반박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게 진짜 실력"이라며 "지금까지가 축구 예선전이었다면 이건 호날드나 메시를 만드는 급의 최고 경쟁이다. 고속도로 닦는 것도 아니고 기술집약적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것인데 유럽과 미국도 혼자서 못하는 걸 우리가 자체개발한다고 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국회의 예산심사가 불가능했던 권위주의 정부 때 비하면 군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옛날엔 민간이 군을 무서워했다면 이제 군도 민간이 무섭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 반면 군인이 약해지고 소시민화되면서 민간의 정치논리를 흉내내거나 이데올로기를 취해 스스로 약화시킨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평했다.


지난 21일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정의당에서 군 견제 역할 제대로 하겠다"

 

80년대 말 평화운동을 시작, 14~16대까지 8년간 국회 국방위 보좌관을 지내고 노무현정부에서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까지 역임한 그가 제1야당이 아닌 정의당에 입당하자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그는 문재인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데다 지난 대선 정책토론회에서 새정치연합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경험이 그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김 단장은 "야당이 더 나쁘다고 본다. 지난 총선, 대선에서 여당의 종북몰이에 대해 대처를 잘해야 한다고 무수히 경고가 있었는데 바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우물쭈물, 각개대응하다 손해를 많이 봤다"며 "집권을 십년 했던 정당답지 못하게 무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정연은 학습이 안 되고 과거의 추억의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과거 노무현·김대중 시절은 '요순시대'고 무조건 잘 했고 오류가 없다며 거기 참여한 분들이 실적을 부풀리니 지금 문제는 이건데,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총선, 대선을 치르며 저 야당은 과거 집권 경험이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됐구나, 도저히 설득해도 안 되고 보고서를 써도 내부 권력관계나 개인들 문제 때문에 전달이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 결국 이후 네 번의 선거를 다 지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 단장은 정의당에서 새로운 관점과 상상력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소수당으로서 여러 한계를 가졌지만 장성 영입 등 여당 따라하기식이 아닌 독자적 안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색깔론'은 야당에 장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새정연 스스로 취약했기 때문에 공격받은 것"이라며 "지난 대선 때 새정치연합에 장성 출신 내부인들이 많은데도 내가 정책토론회에 나간 이유는 당시 NLL 공세를 피해 다들 도망갔기 때문이다. 총대를 맬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단장은 정의당의 안보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행동이 아닌 말만 번지르르한 군, 실패하고 큰소리치는 군, 그러면서도 종북몰이로 안보정치를 하는 군에 대항해 시민주권으로 안보를 통제할 것"이라며 "거짓말과 무능,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군을 야당이 제대로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김 단장은 "아직 선거 일정도 안 나왔지만 일단은 제 몸을 던져보려 한다"며 "정의당은 원칙과 목표를 일관되게 고수하며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정당으로서 충실한 견제역할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의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5%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거의 진성당원들이 입당하고 당원 간 소통이 잘 되고 관계가 끈끈하다. 부패가 없고 무엇보다 계파가 없다.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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