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죽이기법?…처우개선·고용안정 왜 안되나

[the300][런치리포트-강사 내쫓는 시간강사법?②]

박광범 기자 l 2015.12.24 05:52


#.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모씨는 시간강사 시절 썼던 논문 54편을 도둑 당했다. 이들 논문은 모두 서씨가 쓴 논문이었지만 논문 어디에도 서씨의 이름은 없었고, 서씨 담당 교수의 이름만 올랐다.

서씨는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결국 '교수 채용 대가로 전남의 한 사립대로부터 6000만원, 경기도의 한 사립대로부터 1억원을 요구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2010년 5월 세상을 떠났다.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고등교육법, 이른바 '시간강사법'은 서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강사법은 당초 입법취지가 무색하게도 대표적 '부실입법' 사례로 꼽힌다.

서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만큼 시간강사법은 기본적으로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다.

우선 현재의 '시간강사' 명칭 대신 '강사'라는 명칭으로 변경된다. 특히 이들 강사는 교원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또 강사 임용계약시 학칙이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이상 채용 계약을 의무화했다. 현재는 학기당 채용 계약을 맺고 있어 상시적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던 시간강사들은 1년 이상 채용계약에 따라 퇴직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임용 과정과 관련해서도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고용안정 및 신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계약기간 중 본인 의사에 반하는 면직·휴직·권고사직도 제한했다. 아울러 4대보험도 보장받는다.


그러나 시간강사법은 오히려 '시간강사 죽이기법' 논란에 휩싸여있다. 얼핏 보기에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선 수많은 시간강사들을 실직자(失職者)로 내몰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시간강사들은 주당 3~6시간을 강의를 담당하는데 시간강사법이 시행돼 강사당 9시간 강의시간이 보장되면 시간강사 3명 중 1~2명이 당장 해고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기존 2~3명이 담당하던 강의를 1명에 몰아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 시간강사에게 비전공 과목을 맡길 우려도 있다. 대학들이 시간강사 숫자를 줄이면서 강좌수는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시간강사 전공과목과 유사한 전공의 과목을 맡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는 구조적 모순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시간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당초 시간강사법은 그 입법 취지가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예기간 동안 법안 보완 및 대학의 준비시간을 보장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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