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손잡은 안철수, '제3당' 든 손에 '전북'도 쥘 수 있나

[the300]反文·호남색 강화…양당 기득권 체제 타파 명분은 점점 약화

김태은 기자 l 2016.02.19 11:54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전북 순창군 복흥면 정동영 전 의원의 임시거처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국민의당에 조건 없이 합류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2016.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하면서 국민의당의 '반(反)문재인'·호남 지역 색깔을 강화하게 됐다. 이와 동시에 중도보수의 이념 정체성 후퇴를 감수함으로써 수도권과 청년세대 지지층의 일체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지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19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전 의원의 합류에 대해 "거대 양당의 기득권 독과점 구조를 깨고 정치판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전날 전북 순창군 정 전 의원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당 합류를 설득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우리 당에 모인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이력이 다르고 살아온 지역도 다르다. 그런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있다"면서 "양당의 이념적 대결구도와 기득권 담합구조를 깨는 일에 집중할 때"라고 정 전 의원의 합류 의미를 설명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개성공단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입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할 정치세력은 북한 궤멸론을 주창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는 호남 지역을 거점으로 제3당으로 올라서기 위한 일환으로 창당 준비 시점부터 추진됐다. 특히 전북 지역 의원 합류가 두 명에 그친 가운데 정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추가 합류 의원들을 이끌어낼 것이란 예상에서다. 전북 지역에서 정 전 의원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만큼 정 전 의원 합류가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킬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정 전 의원으로선 2007년 야권 대선후보의 무게감에도 국회 입성이 쉽지않았던 상황을 신당인 국민의당을 통해 넘어서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란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국민의당과의 정체성 차이로 합류 명분이 약화되긴 했으나 정계 복귀를 위해서는 무소속으로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합류에 대해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대'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이 당직 대신 전북 지역 선거를 책임지겠다고는 하지만 출마가 거론되는 전주 덕진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꺾을 수 있을 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28일 뉴스1 전북취재본부와 여론조사기관 휴먼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전주 덕진 성인남녀 73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6%포인트)에서 정 전 의원(23.7%)은 김성주 의원(28.7%)보다 5%포인트 낮은 결과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정 전 의원이 그동안 취했던 이념 노선이 국민의당과 화학적 결합을 넘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는 것 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나라의 사법·입법·정책 주권을 훼손한다는 주장을 펴는 등 중도 노선을 훨씬 지나치는 노선으로 돌아섰다.

정 전 의원 스스로도 국민의당 합류를 "안철수와 연대"라고 표현하며 "김대중이 왜 김종필과 연대했는지, 노무현이 왜 정몽준과 연대했는지 생각해봐달라"고 페이스북 글을 남겼다.

안 대표가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기 위한 '제3당'을 역설하면서도 '제3지대'의 가치나 독자성 대신 야권 재편으로 치우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기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우리는 '과거'에 살고 있지 않다. 현재에 살고 있다"며 "과거 명성에 사로잡혀 현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누가 어느 당에 들어가든지, 그것은 들어가는 당사자의 사정"이라고 일축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