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가습기살균제특별법 만들자는 與, "2013년엔 뭐하고…"

[the300]2013년 환노위서 관련법 제정 시도…野만 참석한 공청회 이후 논의 無

김세관 기자 l 2016.04.29 14:46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시총회에서 산소호흡기를 한 참가자가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람들이 말이에요, 염치가 있어아지…"

29일 오전, 휴대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 야당 출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의 일성이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새누리당의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물은 직후 터져 나온 대답이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보내는 눈물의 호소·제조사의 인체 유해성 은폐 의혹 등이 이슈화 되자 여당은 이날 특별법을 마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가습기 피해 사태 청문회 요구에 피해보상특별법 제정으로 맞서 민생현안 주도권을 잡겠다는 다소 정무적인 판단으로 여당이 이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법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의견이었다.

이미 2013년 야당에서 정부 차원의 구제는 물론이고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피해 기금 모금까지 가능한 4개의 법안(더민주 이언주, 장하나, 홍영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 각각 대표발의)을 발의했지만 정부의 반대와 여당의 무관심으로 환노위에 계류된 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는 것.

이 관계자의 전언을 확인하고자 곧바로 국회 기록을 찾아봤다. 사실이었다. 2013년 3~6월 사이에 발의된 관련법들은 같은 해 6월19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 여부가 논의 됐었다.

기록에는 비슷하지만 각론이 다른 4개의 법안을 발의한 야당 의원들이 2013년 6월에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굳이 법을 제정할 필요 없이 기존 법으로 구제 하겠다는 정부, 상정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여당 의원들에게 막혀 서로 간의 고성이 오고간 상황도 고스란히 문서에 기록돼 있었다.

물론 이날 우여곡절 끝에 법안들은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그리고 법 제정을 위한 상임위 차원의 공청회도 같은 해 7월12일에 국회에서 열리는 등 논의의 진전도 엿보였다. 그러나 법 제정을 위해 마련된 공청회는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서다.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귀태(鬼胎)' 발언이 정치권을 냉각시켰고 마침 새누리당이 관련 대책회의 진행 및 국회 일정 보이콧 등을 진행, 환노위 의원들도 공청회에 불참했다.

당시 여당의 불참 입장을 대변하고자 공청회에 대표로 참석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가습기 피해자 분들에 대한 보상이나 입법절차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곳(공청회)에 참여하시지 못한 의원들의 (법안 통과) 마음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전달 드리고 싶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날 공청회 이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논의는 차갑게 식었다. 3년 동안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단 한마디도 언급된 적이 없을 정도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정신적·금전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치권이 이제와 목소리를 높일 자격이 있느냐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다른 환노위 관계자는 "자기들이 법안을 발의하고도 끝까지 밀지 못한 야당도 문제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관심도 갖지 않던 여당에서 특별법 얘기가 나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여당 지도부가 피해 보상 특별법을 언급했다는 건 2013년에 환노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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