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법' 아직도 '산 넘어 산?'…'중증상해' 시행령이 관건

[the300] '중증상해 범위' '장애 판정 절차' 암초 남아

신현식 기자 l 2016.05.18 15:32
고 신해철 부인 윤원희 씨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법안 심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15.12.16 머니투데이/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해철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19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제도의 진일보라는 평도 있지만 '중증상해'의 범위를 규정할 시행령 내용에 따라 입법효과가 크게 감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신해철법으로 알려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은 사망이나 중증상해 등의 의료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나 가족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면 의사·병원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의료사고 분쟁 조정에 곧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법사위는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범위를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최종 확정했다. 논란이 됐던 '중증상해'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장애등급 규정을 원용한 것.

의료계는 신해철법이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경우는 사망보다 중증상해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장애등급 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의 범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법의 실효성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다.

신해철법 시행령의 바탕이 될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지체장애·뇌병변장애·시각장애 등 15종 장애 유형별로 1~6급의 등급을 정하고 있다. 가령 지체장애 1급은 △두 팔을 손목관절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 △두 다리를 무릎관절 이상의 부위에서 잃은 사람이다.

청각장애의 경우 두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는 경우도 2급으로 1급에 해당하는 경우가 없다. 신장장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타 장애유형의 경우 1급에 해당하더라도 시행령에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조정신청이 불가능해 질 수 있다.

신해철법이 의료인들의 책임을 과다하게 높여 의료 기피 현상을 유발할지 모르는 만큼 적용의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적용 범위를 한정한 결과다. 그러나 시행령이 중증상해의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입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장애 관련 규정을 원용하긴 했지만 장애와 의료사고는 서로 다른 영역인 만큼 시행령을 통해 조정하자는 취지"라며 "시행령이 적용 대상을 축소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되선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신청 대상을 장애등급 1등급에 해당하는 경우로 정하게 되면서 피해자측이 장애인 판정을 받고 나서야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돼 시간적·절차적 제약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법사위에서 "의료기관에서 장애가 확정된 다음에 판정해 1급에 해당 됐을 때 조정을 개시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장애가 픽스(fix)된 다음에 (조정) 신청을 하는 것이라 시간적 갭이 생긴다"고 말했다.

장애 발생 이후 등급 확정까지 통상적으로 6개월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측이 장애 등급을 확정 받는 절차가 추가로 필요한 데다, 이 기간 동안 의료사고의 증거가 소멸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장애 판정을 받을 때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고, 그 이후에야 조정 절차가 개시될 수 있다면 사실상 (법 적용의) 실익이 없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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